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48 / 한라바늘꽃

풀빛세상 2012. 9. 18. 12:08

 

 

 

 

바늘에 찔리면 아프지 않을까요?

바늘도 바늘 나름이겠지요.

꽃바늘에는 찔려도 아프지 않을뿐 아니라 행복해지는 걸요.

이것을 인간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사랑이라고 할까요.

톡 쏘는 사랑에 찔려도 그것이 사랑인 줄 알기에 .....

눈에 맺히는 그것이 사랑이기에, 가슴에 와닿는 그것이 사랑이기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만능은 아니지만, 그 사랑이 진실된 것이기를 빌어봅니다.

 

한라산 높은 곳으로 가면 바늘꽃을 만날수 있습니다.

1100습지 한 귀퉁이에는 은은한 분홍의 한라바늘꽃이 피었고

더 높은 그곳으로 찾아가면 순백의 넓은잎바늘꽃을 만나게 됩니다.

왜 바늘꽃이라고 하냐고요?

꽃이 진 후에 길죽한 씨방이 맺히게 됩니다. 그 모습이 바늘을 닮았기 때문이랍니다.

 

바늘질하는 아내가 곁에 있는 남편에게 바늘귀 좀 꿰어 주세요 할 때가 있습니다.

돋보기를 쓴 남편이 바늘귀를 아무리 노려보아도 선명하지 않고,

실을 쥔 손은 왠지 작은 떨림으로 덜덜거리는 것 같아서 애를 먹게 되겠지요.

노려보고, 째려보고, 모든 신경을 눈과 손가락에 집중해도 바늘과 실은 쉽게 하나가 되지 못합니다. 

그때마다 툴툴거리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요. '야, 바늘 좀 큰 것으로 줘.'  

 

옛날 옛적 침침한 호롱불 곁에서, 오촉(5w)짜리 전등 아래에서, 돋보기를 쓰고 손바느질을 하시던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바늘귀를 꿰어달라고 했겠지요.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과 섬세한 손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심심해진 어머니와 아들은 도란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겠지요. 어느 마을 누구는 바늘에 찔렸는데, 그만 바늘이 꺽어져서 핏줄을 타고 몸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더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바늘에 찔리지 않기 위해서 무척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렷던 아들도 어느새 돋보기를 쓰고도 바늘귀를 쉽게 꿰지 못하여 덜덜거리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바늘 가는 곳에 실도 간다고 하던데, 바늘은 아내를 뜻하고 실은 남편을 뜻할까? 아마 그럴꺼야.

 

작은 세상 아름다운 꽃들의 세상을 꿈꾸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한라산 그 높은 곳에 가면 흰색의 바늘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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