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46 / 방울꽃

풀빛세상 2012. 8. 24. 19:39

 

  

 

방울새야 방울새야 쪼로롱 방울새야~~~

어디선가 방울새의 노래소리가 들려올듯 합니다.

방울새, 참새목 되샛과에 속하는 텃세. 한국 전역에 분포하고 있음.

산과 들을 지나가다보면 참새 비슷하게 생긴 새들이 포르르 포르르 날아다닙니다. 누군가는 쪼로롱 쪼로롱 운다고 하고, 누군가는 또르륵 또르륵 운다고도 하고, 듣는 이에 따라서 달리 표현할 수 있겠지요. 쪼로롱 쪼로롱 울든 또르륵 또르륵 울든 정겹기만 합니다.

 

8월 중순이 되면 남쪽 섬나라의 그늘지고 축축한 숲속에는 보라색 고운 방울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지요. 모양새를 살피면 옛날 축음기에 올려져 있던 나팔처럼 생겨 맑고 고운 숲의 노래를 들려줄 듯 합니다.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요? 쪼로롱 쪼로롱~~ 또르륵 또르륵~~ 처음 이 꽃을 만났을 때의 흥분이 있기에 해마다 가슴 설레이면서 기다리는 꽃이기도 합니다. 그늘진 곳에서 자라기 때문일까요? 보기보다 너무 여린 꽃잎이기에 지나가는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생겨 망가질 것 같습니다.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려도 풋 웃음짓고, 몸져 누워있는 낙옆 한 잎에도 아싸함을 느끼는 우리들 인생의 사춘기를 닮아있는 듯 합니다.

 

아침에 피어 저녁이면 톡 떨어져 눕는 꽃, 가만히 살펴보면 항상 두 송이로 자라는데 먼저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난 후에 다른 한 송이가 슬며시 피기 시작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먼저 핀 꽃송이가 시들어 톡 떨어질 때쯤 다른 한 송이가 꽃을 피우게 되겠지요. 그래서 두 송이가 함께 활짝 핀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두리번거리며 찾다 보면 간혹 두 송이가 한꺼번에 피어있는 쌍방울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속으로 '앗싸~ 행운이다'라고 하면서 조용 조용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그늘 속의 보라색은 칙칙해지기 때문에 짧은 순간이라도 환한 햇살이 비춰주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방울새야 방울새야 쪼로롱 방울새야~~ 라고 할 때, 쪼로롱이 의성어가 아니라 의태어라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새들이 쪼르르 모여 앉아 있는 모습, 꽃이 쪼르르 한 줄로 피어있는 모습, 이렇게 볼 때 동요 속의 방울새와 남쪽 섬나라의 방울꽃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네요. 육지에 살고 있는 동요의 작사자와 작곡자가 제주의 방울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은방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 있습니다. 은방울꽃, 이름도 참 이쁘네요. 종모양으로 생긴 하얀 꽃들이 한 줄로 쪼르르 달려있습니다. 바람이라도 살랑거리게 되면 맑은 종소리가 들려올 듯 하겠지요. 동요 방울새는 은방울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남쪽 나라의 숲속에는 보라색 고운 방울꽃이 있습니다.

 

세파에 시달려 머리가 어지러울 때에는 숲속 길을 걸어보십시오. 풀섶을 헤치는 사그락거리는 소리와 낙엽이 밟히는 서걱거리는 소리만 조용하게 울리는 그곳에는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소리뿐만 아니라, 꽃들의 합창소리도 들려올 것입니다. 마음의 귀로 들을 수만 있다면 정신이 한결 맑아질 것입니다.

 

마음의 귀가 열려야 들을 수 있는 방울꽃의 노래소리를 전해드리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꽃 두 송이가 어긋나게 활짝 핀 모습을 만났습니다.

희귀한 모델을 만났을 때의 흥분을 느껴보십시오.

활짝 피어있는 꽃 옆에 또 다른 한 송이가 피어날 준비를 합니다.  

그늘진 곳에서 피어나지만 가끔씩 환한 햇살이 비추어 줄 때가 있습니다.

 

한 송이가 톡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뒤에 피어난 다른 한 송이 역시 잠시 후면 저렇게 되겠지요.

꽃들의 신비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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