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45 / 돌콩

풀빛세상 2012. 8. 23. 19:02

 

 

 

 

 

'돌콩 같은 놈' 이 말이 반드시 욕은 아니겠지요. 

요즘이 아니라 옛날, 햇살에 그을려 가무잡잡해진 아이의 눈은 유난히 반짝거렸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는 장난끼가 그득했지요. 심심해진 아이는 어른들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공연히 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지기도 하고, 밟지 말아야 할 것을 밟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 돌콩 같은 놈'이라는 말과 함께 한 대 쥐어 박히기도 했지요. 쥐어박힌 자리가 아프다며 도망쳤던 아이는 얼마 후 또 실실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왔었지요. 옛날에는 모두들 이렇게 쥐어박고 쥐어박히면서 살았답니다. 이것은 하나의 성장과정이요, 어른들과 아이들의 소통방법이었습니다.

 

서목태(鼠目太), 쥐눈이콩이라고도 불리는 돌콩, 참 작은 꽃입니다. 꽃만 작은 것이 아니라 줄줄이 깍지가 달려도 열매 또한 너무 작아서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꿩도 무시를 하고 어쩌다가 박새만 반긴다고 하네요. 작지만 땡글땡글하고 단단하기 때문에 '돌콩 같은 놈'이라는 말이 나왔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돌콩 같은 놈'이라는 표현이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한 번 되뇌어 봅니다. 돌콩 같은 놈.... 작지만 단단하게 자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  

 

들판에 나가면 콩과의 식물들이 참 많습니다. 여우콩, 돌콩 외에도 해녀콩, 만년콩, 새콩, ~콩 ~콩 ~콩 ~콩... 무수히 많은 그 콩들의 이름을 어떻게 다 외우면서 살겠나요. 그 중에서도 돌콩의 '돌'은 콩의 원조격이라는 뜻이랍니다. 예를 들어  돌가시나무, 돌꽃, 돌단풍, 돌동부, 돌마타리, 돌매화나무, 돌바늘꽃, 돌배나무, 돌뽕나무, 돌양지꽃, 돌외, 등등에서 '돌'은 그 식물의 원조격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어쩌다가 들길에서 만날 수 있는 돌콩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돌콩의 줄기와 꽃을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여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찍어보리라, 네 특성을 살려서 표현해 보리라, 마음 먹은 후 길가에 쪼그려 앉아서 눈맞춤을 했습니다. 주변의 풀들은 살짝 숙여 놓고, 거미줄은 걷어내고, 그렇게 했을 때 하늘을 향하여 건들거리는 모습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춤사위를 볼 수 있었지요.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고, '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단다. 부족한 것은 용서해다오.' 이렇게 속마음으로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표현이 되었는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돌콩 같은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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