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42 / 순비기나무

풀빛세상 2012. 7. 22. 20:01

 

 

 

 

내 안에 새 한 마리 있다.

꿈꾸는 새 한 마리 있다.

아루지 못한 꿈이 아파서 끼룩거리는 새 한 마리 있다

짭쪼름한 바닷가 모래밭에 둥지를 틀었다.

 

내 안에 새 한 마리 있다.

사랑을 꿈꾸는 새 한 마리 있다

사랑 사랑 사랑을 중얼거리며 사랑 노래 아무리 불러도

그 사랑 이루지 못해서 버둥거리는 새 한 마리 있다

하늘 사랑 어디에 있느냐 어디에 있느냐

 

바닷가 모래밭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순비기나무의 꽃을 요리 찍고 조리 찍다보니 둥지에서 푸드덕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새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어~ 이게 뭐야.... 그때부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생각에 생각을 더해봅니다 내 안에 새 한 마리, 꿈꾸는 새 한 마리, 사랑을 노래하는 새 한 마리, 희망의 찬가를 부르는 새 한 마리.....

 

순비기나무, 남쪽 바닷가 짠바람이 넘실거리는 모래밭에서 자랍니다. 가혹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일까요? 위로 쭉쭉 내뻗지 못하고 옆으로 옆으로 기어가듯 자라는 식물입니다. 그러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만세를 불러보아도 우리들의 무릎 높이에 겨우 미칠 뿐이지요. 그렇지만 환경을 탓하지 아니하며, 초록의 무성한 잎과 그 사이 사이로 보라색의 꽃을 피워내는 건강한 식물입니다.

 

남쪽나라에는 일평생 바다를 벗삼으며 살아가는 해녀들이 있었습니다. 해녀들을 그곳에서는 잠녀 혹은 좀녀라고 하지요. 정확하게는 잠과 좀의 중간발음을 해야 합니다. 그네들은 철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물질을 배웠다지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 전복, 구쟁기(소라), 성게, 해삼 등을 따며 때로는 지나가는 문어와 낙지들을 얼른 낚아채기도 하지요. 호흡을 할 수 없는 물 속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숨이 가빠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참았던 호흡이 한꺼번에 폭발하게 되지요. 이것을 그네들은 숨비소리라고 합니다. 숨비소리는 낭만이 아닙니다. 죽음의 문턱에까지 가야 물속의 작업을 멈추고 위로 올라왔겠지요. 그 순간 터져 나오는 휘파람같은 소리에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그네들의 고된 인생살이가 들어있습니다.

 

숨비소리, 숨비기꽃, 순비기꽃, 순비기나무, .... 뭔가 연관성이 있는듯 합니다. 척박한 바닷가 모래밭을 기면서 자라는 순비기나무, 남쪽나라 여인네들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해녀들에게는 직업병이 있었겠지요. 오랫시간 숨을 참으면서 작업을 하다보면 물멀미를 하게되었고, 머리가 띵하고 나른했겠지요. 해녀들은 바닷가에 자라는 순비기나무의 열매 혹은 잎과 줄기들을 채취해서 달여 먹었답니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머리가 맑아지면서 건강을 회복했었겠지요.

 

순비기꽃을 들여다봅니다. 무엇이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귀를 열고 그네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숨비소리같은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습니다. 땅의 소리, 바다의 소리, 그리고 지나가는 새들이 전해주는 삶의 이야기들..... 꿈꾸는 이야기들, 사랑의 이야기들, 가슴 아픈 이야기들, 이것 저것 버무려서 만들어내는 신화의 이야기들.....   

 

오늘은 잠시 순비기나무의 꽃을 보면서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살면서 역사를 이루어갔던 남쪽나라 잠녀들의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끼룩거리며 꿈꾸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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