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40 / 단풍박쥐나무

풀빛세상 2012. 6. 29. 17:39

 

 

  

 

박쥐나무의 꽃, 이름도 꽃도 참 신비스럽기만 합니다.

방망이처럼 생긴 순백의 길쭉한 꽃몽우리가 벌어지면서 꽃잎들은 또르르 말려 올라가 버리고,  

샛노란 수술들이 비죽 비어져 나온 암술 하나를 둘러싸고 있지요.

수술들은 수컷, 암술들은 암컷이라고 할 때, 암컷 하나를 수컷들이 둘러싸고 보호하는 듯 합니다.

일부다처제가 아니라 일처다부제라고 해야 하겠지요.

이렇게 꽃이 피어나면 벌과 거미와 여러 곤충들이 찾아와서 그네들 필요한 것을 얻어가면서 수정을 도와주게 됩니다. 훗날 알토락 같은 새끼들, 작은 열매들이 방울방울 매달리게 되겠지요.  

 

꽃은 참 작은 편입니다. 겨우 2-3cm 정도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나그네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 잎들을 들추어가면서 애써 찾지 않으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눈길을 주고, 그윽한 눈맞춤을 하게 되면, 그 작은 꽃송이들이 옛날 여인네의 옷그름에 혹은 복주머니에 매달렸던 노리개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순백의 매듭 아래로 대롱거리는 꽃술들..... 그래서 참 신비스럽다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박쥐나무와 단풍박쥐나무를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쥐나무는 숲을 가리고 있는 손바닥 크기의 이파리가 하늘을 날아가는 박쥐의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단풍박쥐는 이파리가 깊게 파인 것이 단풍잎처럼 생겼으며, 남쪽 지방에서 가끔씩 만날 수 있습니다.

올린 사진들을 살펴보면 이파리들이 깊게 파여 단풍박쥐나무인 것을 알게 됩니다.

둘 다 꽃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그 구분까지 세세히 묘사할 필요는 없겠지요.

 

옛날 영화들을, 그리고 어린 시절 누나네와 형들과 함께 놀았던 추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첫날밤의 새색시가 다소곳이 앉아 있으면 새신랑이 다가와 서투르고 떨리는 손놀림으로 단정하게 매듭지어진 옷고름을 풀어주었겠지요. 침침한 촛불, 혹은 호롱불 속에서 벌어지는 그 광경을 훔쳐보겠다고 손가락에 침을 뭍여 살살 돌리면 하얀 문종이에 동그랗고 작은 구멍이 생겼겠지요. 소리 죽이고 서로 밀치며 훔쳐보려고 할 때 후~ 불어버리는 입바람에 불은 꺼지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만 들렸답니다. 이것이 그 당시의 유일한 성교육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보다 아빠보다 모든 것을 먼저 알아버린다지요. 그렇지만 옛 사람들은 엉뚱하고도 기발하고 그리고 소박한 방법으로 삶의 지혜를 배웠답니다.

 

발그래진 새색시의 옷고름에는 단풍박쥐의 꽃과 같은 노리개가 달려있었을까요?

모처럼 오일장에 다녀오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새신랑의 손에는 새색시 주려는 예쁜 노리개가 들려있었을까요?

 

올해도 이 꽃을 찾아 찍겠다고 늦은 철 부시럭거리며 산을 오르고 수풀을 뒤지고 다녔답니다.

풀빛세상 참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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