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9 /함박꽃

풀빛세상 2012. 6. 24. 17:53

 

 

 

 

길에는 사람들이 흘러갑니다. 흘러 가고 또 흘러 가고... 그런데 예쁜 아가씨들이 더 많이 흘러 가는 것 같습니다. 세상 인구의 절반은 남자요, 절반은 여자라고 한다면, 남자도 여자도 같은 비율로 흘러 갈 것 같은데, 예쁜 아가씨들이 더 많이 흘러 가는 듯 보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런 것을 무슨 법칙이라고 하나요? 무슨 고상한 법칙이 아니라, 어쩌면 순결하지 못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일까요?

 

길에는 쭉쭉 뻗은 하얀 다리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옛날 옛적 누나네들이 그토록 부러워했던 쭉쭉 뻗은 다리들.... 누나네들은 항상 한스럽다는 듯이 탄식했었지요. 짜리몽땅하고 휘어진 다리, 출렁거리는 종아리 알통, 내 다리는 무시(무) 다리, 누구 닮았을까, 누구를 닮았을까? 어릴적부터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올려 이고 다녔기 때문에 키가 자라지 못했고 다리는 휘어졌다고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었지요. 누나네들은 항상 쭉쭉 뻗어내린 새하얀 다리들을 부러워했었지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영양상태도 좋아졌고,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올려 놓을 필요도 없어졌고, 그래서일까요? 핫팬츠를 입은 아가씨들은 감출 것 없는 그네들의 쭉쭉 뻗은 다리들을 드러내며 쭉쭉 곧게 뻗은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길도 그네들과 발맞춤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제자리걸음일망정 잰걸음으로 부지런히 흘러 가고 있었습니다. 길은 어느새 바람에 흔들리는 새하얀 자작나무 숲으로 변해갑니다.

 

아내, 누군가는 이렇게 풀이합니다. '안에 있는 해'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가볍게 '안에 있는'이라고 풀이하고 싶습니다. 내 안에 있는 여인, 잔소리쟁이, 바가지 긁기의 달인, 잘 생기지도 못한 것이, 쭉쭉 뻗어내린 다리도 아닌 것이, 내 안에 숨어있는 웬쑤.... 그렇지만 아내의 매력은 함박웃음으로 맞이할 때입니다. '여보, 밥은 먹었어. 어디 있어?' 때로는 휴대폰을 통해서 들려오는 웃음 머금은 말소리에 눅눅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을 때도 있지요.

 

함박: 통나무를 파서 큰 바가지처럼 만든 그릇

함박웃음: 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

높은 산 위에는 함박나무가 자라고, 그 나무에는 함박꽃이 피어납니다.

어른 주먹만큼의 새하얀 꽃송이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강한 향기는 정신을 몽롱하게 하지요.

 

오늘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세상에는 흘러가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내 안에 머물러 있는 함박꽃 여인의 함박웃음을 잠시나마 표현해 봅니다. 

그러면서 어릴적 함께 노닐었던 누나들의 짧고 휘어지며 뭉퉁한 다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누나들의 함박웃음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잠시나마 함박웃음으로 웃어보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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