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7 / 새우란

풀빛세상 2012. 6. 8. 18:19

 

 

  

 

-저 숲 속에는 새우란이 엄청 많았습니다. 새우란, 금새우란, 한라새우란, 그리고 변이종까지 정말 많았지요. 그 때는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고, 숲 속이 온통 새우란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자루와 호미를 들고 들어와서 캐 갔고, 오일장에서 한 촉당 500원씩 받고 팔았습니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사람들이 캐 갔겠지요.

 

-오름의 숲 길을 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가까이에 가니 새우란을 찍고 있었는데 입은 옷을 보니 숲길 관리인들이었습니다. 뭐하냐고 물으니, 이 꽃들을 그대로 두면 사람들이 캐 가기 때문에 숲 길을 개방하기 전에 꽃대를 꺾어버립니다. 그래야 없어지지 않고 보존이라도 됩니다. 그 전에 사진을 찍어놓는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난초들이 피어있는 곳을 알려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도채꾼들이 많거든요. 공개되고 나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져버립니다.

 

-새우란들요? 고사리 꺾으러 들어가면 많아요. 그래서 캐와서 심어놓은 것입니다. 몇 촉 드릴까요?

 

제주의 어두컴컴한 숲 속에는 다양한 난들이 숨어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참 많았을 것 같은데 대부분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희귀 식물들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새우란들은 개체수가 많고 번식이 잘 되기 때문에 아직도 가끔씩 눈에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사진들은 생태공원이나 자연공원들에서 찍어온 것들입니다. 옛날에는 공원에서가 아니라 자연 상태의 숲 속에서 이런 풍경이 펼쳐졌겠지요. 길 가는 나그네의 눈 앞에 환해졌을 것입니다. 예쁜 것이 탈일까요? 일단 사람의 손길 발길이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망가집니다. 정말 망가지지 아니한 숲 속 이런 길을 걸어보고 싶네요. 꽃들의 요정이 나올 것만 같네요. 그렇지만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무척 속상할 뿐입니다. 

 

견물생심의 욕심 앞에서 무척 속이 상하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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