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6 / 비자란

풀빛세상 2012. 5. 24. 15:33

 

 

  

 

이 꽃을 찾아 찍은 것이 잘한 일인가, 잘못한 일인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요. 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고, 육지에서는 이 꽃 하나를 찍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왔으며,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며 설레는 가슴으로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비자란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철이 약간 늦어 대부분 시들어버렸지만 다행히 꽃 두 송이가 남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겨 맞이해 주었습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의 희귀식물입니다. 나도풍란과에 속하며, 상록수의 겉껍질에 뿌리를 내려 공기 중에 떠도는 수분을 취하여 살아가며 예쁜 꽃을 피우는 외떡잎 식물입니다. 원래는 비자림이라고 하는 지역의 비자나무에서 발견되었다고 비자란이라고 하며, 옛적에는 그곳에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탐욕스런 사람들이 한 촉 두 촉 뜯어가버리는 바람에 모두 사라져 버렸고, 어쩌면 숲 깊은 곳에 몇 촉이나마 숨어 살면서 누군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는 서귀포의 어느 한 지역의 높은 나무 위에 두어 개체만 남아 공개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집, 정원, 공원에서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야생상태에서 더 이상 발견되지 않으면 멸종된 것으로 인정한다지요. 어쩌면 마지막 남은 몇 개체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멸종되었다고 선포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이제 정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으니 앞으로 증식 및 복원사업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엄격한 통제가 있게 될 것이요, 그렇게 해서라도 이 땅의 식물 한 종이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땅의 식물들, 그 중에서도 야생난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흔했다고 하는데, 거의 대부분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야생난의 아름다움, 그윽한 향기, 한 때는 멋을 아는 선비들의 상징이었기도 했었지요.

그렇지만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화를 불러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많았던 야생난들이 지금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 비우고 욕심 비우고, 그래야 아름다운 세상 풀빛세상이 유지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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