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3 / 뚜껑별꽃

풀빛세상 2012. 5. 10. 23:48

 

 

 

 

제주의 바닷가에서 엎드려 꽃을 담으시는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뚜껑 열릴 뻔했다.' 아마 그분은 뚜껑별꽃이라고 하는 꽃 이름에 빗대어서 웃자고 한 말이겠지만, 그분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뚜껑별꽃은 다른 대부분의 별꽃 종류와 마찬가지로 해바라기가 무척 심한 편이기에 오월의 햇살이 땡글땡글하게 비춰야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리고 제주의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느다란 꽃줄기 위의 꽃들은 흔들흔들 간들간들 휘청휘청거렸겠지요. 하늘의 햇살은 이글거리고, 봄바람은 살랑살랑거리고, 땅바닥에 엎드려서 사진 한 컷 찍는 일이 어디 쉽기만 했을까요?  

 

그런데 이 꽃을 떠올리며 여러 생각을 하는 중에 갑자기 정치 이야기를 연결시켜 봅니다.

정치란 무엇일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정치판에 끼어본 적도 없고, 정치란 무엇이냐를 놓고 진지하게 공부를 해 본 적도 없고, 어디에 가서도 정치 이야기는 삼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정치가 무엇이기에 사람 사는 세상을 이렇게 시끄럽게 할까? 누군가 이런 말도 했었지요. '정치인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더라.'

 

정치(政治)의 정(政)은 바를 정(正)자에 글월 문(文)을 합친 글이 아닌가요? 글은 곧 말이기도 하니까, 바른 글과 바른 말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겠지요. 공자님은 인(仁)과 예(禮)로 다스려가는 세상의 태평스러움을 꿈으로 삼았다지요. 그 외에도 숱한 이론과 사상들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생뚱맞게도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땅의 정치가 너무 시끄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주류 비주류라는 말이 있었지요. 실세냐 아니냐를 따질 때도 있지요. 그런데 요즘 갑자기 당권파와 비당권파라는 말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쯤해서 기독교적인 정치 이념은 무엇인가 간략하게 정리해봅니다. 성경에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의 나라는 그분이 즉 하늘의 하나님이 다스린다는 뜻이고, 그의 의는 그분의 의로움으로 다스린다는 뜻이겠지요. 그분의 의로움이란 무엇일까요? 성경 전체의 흐름으로 볼 때 첫째는 올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뜻하고 있으며, 두번째는 약한 자의 배려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솔로몬이라고 하는 지혜로운 왕이 등장합니다. 꿈에 하늘의 하나님이 나타나서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겠지요. 젊은 나이로 왕이 된 솔로몬은 이런 말로 그의 소원을 아뢰었습니다.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그 말이 하늘의 하나님 마음에 무척 들었기에, 하늘의 하나님은 왕이 구하지 않은 것까지 복으로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 잇대어 불쌍한 창녀 두 여인에 대한 공정하고도 지혜로운 재판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초과에 속하는 뚜껑별꽃은 전 세계적으로 약 24종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제주도 및 남부 지역에서 보라색의 한 종류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제주도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보아 제주의 야생화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자주별꽃 혹은 별봄맞이꽃이라고 합니다. 이름들이 참 이쁜 것 같네요. 자주색의 별꽃이니까 자주별꽃,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봄을 알려준다고 해서 별봄맞이꽃. 그리고 영어로는 Poor-Mans-Weatherglass(가난한 사람의 기후측정기)라고 한다는데, 아마도 이 꽃이 핀 것을 보고 일기를 예측했기 때문일까요? 또한 Scarlet Pimpernel(진홍색별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좋은 이름들도 많은데 어떻게 해서 뚜껑별꽃이라고 불려지게 되었을까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 꽃을 담을 때는 머리 뚜껑이 열린다는 뜻일까요? 저는 처음에 이 꽃의 사진을 보면서 코르크 병뚜껑을 따는 병따개가 연상되었습니다. 자료를 찾아 검색해 보니, 열매가 익으면 가운데 부분이 가로로 갈라지면서 뚜껑처럼 열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하네요.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피어난 보라색의 뚜껑별꽃, 이 꽃을 사진으로 담을 때 뚜껑이 열려도 행복할 수 있지만, 혼탁한 정치인들의 날선 언어들로 우리의 뚜껑이 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그분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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