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0 / 연복초

풀빛세상 2012. 4. 10. 02:37

 

 

  

 

너, 여기에 있었구나. 너, 잘 만났다.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 갓 꽃을 피웠는지 싱싱한 꽃들이 눈을 아프게 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꽃들, 이 작고도 정밀한 꽃을 처음 만났던 날의 흥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온 몸을 부르르 부르르 떨게 합니다.

 

몇 년 전 꽃친구님의 안내로 연복초라고 하는 꽃을 처음 만나게 되었지요. 손가락 한 마디 높이의 아주 가늘은 꽃대 위에 연초록의 꽃들이 모여 피었습니다. 사방으로 네 송이, 그리고 위에도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다섯 송이쯤 모여서 피어있는 꽃뭉치의 크기는 성냥 알맹이보다 더 작아보였습니다. 그것은 꽃이 아니라 아주 아주 정밀한 조각품이었지요. 마음 속에서는 저절로 신의 조각품이라는 경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첫 만남을 가졌지만, 반 그늘진 곳에 피어있는 작고 작은 연초록의 흐릿한 꽃송이를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었지요.

 

지난 해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조바심을 가졌던지요. 다시 만나야 할 텐데. 이번에는 제대로 찍어볼테야.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 어디 가면 있을까... 바쁜 세상에 꽃도 세월도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서운함, 허전함, 이런 것을 꽃사랑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연복초(連福草)라는 이름은 복수초를 뽑을 때 묻어 나와서 지어졌다는 설과, 복수초가 질 무렵에 꽃을 피워서 복을 이어주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복수초는 1-3월에 꽃이 피고, 연복초는 4월이 되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복수초와 연복초를 동시에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복수초와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꽃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았습니다.

꽃은 동서남북을 향해서 사방으로 한 송이씩 피고 그리고 하늘을 향하여 한 송이, 대체적으로 다섯 송이가 피기 때문에 오복초라고도 한다. 특이하게도 옆으로 피는 네 송이는 꽃잎이 5, 수술 10개 암술 5개위로 피는 한 송이는 꽃잎 4개 수술 8개 암술이 4개라고 한다. 꽃은 연초록으로 길이가 0.2~0.3cm의 아주 작은 꽃들이 줄기 윗부분에 달린다. 열매는 5월 말경에 익으며 지름 0.2~0.3mm 정도이고 구형으로 달린다.

 

어느 정도 정확한 설명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꽃의 크기가 짐작이 될 것입니다.

이 작은 꽃, 아니 이 작은 조각품, 엎드려 애써 찾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본다고 할지라도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엎드려서, 이것도 꽃이야 하며 눈맞춤을 하게 될 때, 비로소 그 꽃의 신비가 눈에 들어오면서, 아! 하는 탄성을 저절로 터져  나오게 됩니다. 

 

연복초, 만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꽃,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는 꽃,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는 어릴적 노랫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꽃입니다. 어쩌면 숨겨놓은 풀빛세상의 복(福)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