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1 / 반디지치

풀빛세상 2012. 4. 27. 18:46

 

 

 

 

바닷가의 모래언덕 수풀 속에는 반디지치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반디라는 이름은 여름날 수풀 속에서 반짝거리는 반딧불을 뜻할 것이며, 지치라는 이름은 지치과의 식물이라는 뜻이겠지요.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었던 그 옛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면 사람들은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찾아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호롱을 켜서 불밝혔던 그 시절이라 세상은 깜깜하기만 했었지요.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별들이 너무 많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지요. 그 많은 별을 바라보면서 윤동주 청년은 이렇게 읊었답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그러면서 소학교 때에 책상을 같이 했던 그리운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둘씩 불러보았겠지요.

 

냇가의 풀숲에는 반디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밤이 되면 그네들은 꽁무니에 불을 달고 기다렸다가 가끔씩 하늘을 헤엄치고 다녔지요. 깜깜한 밤, 저 높은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반짝, 세상에는 반딧불이 깜빡깜빡, 그리고 도란거렸던 이웃들의 이야기 소리가 있었지요. 그 때의 어둠은 참으로 포근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았던 별들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요? 반디들은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나요? 하늘의 별도 땅의 반디들도 사라져버린 세상의 메마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별빛과 반딧불의 낭만이 사라진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 표현을 빌리자면, 종족이 다른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지요.   

그 아이들의 아이들.... 아이들이 세상의 주인이 될 때, 인간 정신의 진화는 어떻게 변할까요?

그네들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꿈, 희망, 소망, 그리움, 사랑은 어떤 것으로 채워질까요?

세상은 알 수 없는 것, 미래 역시 알 수 없는 것,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그 때에도 신이 부여한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고 회복되기를요.....

 

그 때가 언제였을까요? 바닷가 모래언덕에는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짠물, 모래언덕, 억센 바람, 척박하고도 가혹한 환경이지만 그곳에도 풀들과 키가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풀숲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햇살에 반짝거리는 반디치치의 꽃들이 있었습니다. 봄의 생명력으로 충만한 초록의 풀숲에 파스텔톤 청보라색의 꽃들이 점점이 박혀있었지요. 잎도 꽃도 너무 연해서 쉽게 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햇살이 아름다운 4월의 봄이 되면 그 꽃을 만나야 한다는 조바심에 애를 태우게 되었습니다. 

 

 

 지치과의 식물들은 전 세계적으로 50여종 2000여 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그 자세한 분류와 내용들에 대해서는 식물학자들에게 맡겨야 하겠지요. 대충 설명을 살펴보니 잎은 어긋나며 대체로 홑잎이고, 꽃줄기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 식물들을 뜻한다고 하면서, 그 속에는 '나를 잊지 마세요'의 물망초를 비롯하여 봄날의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마리까지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남쪽 섬나라에서 지치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대표적인 풀꽃은 청보라색의 반디지치와 짠 바닷물을 머금으면서 피어나는 흰색의 모래지치가 있습니다.

 

 

그 바닷가는 아니었지만 올해 반디를 만날 수 있어 무척 행복했었습니다.

색감을 표현하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한 점 한 점 정성을 다해 담아보았습니다.

내년에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미리 소원으로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