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28 / 복수초

풀빛세상 2012. 3. 15. 20:42

 

 

 

 

  

복수초(福壽草), 해마다 설이 되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새해 인사를 드리지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님 어머님....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오냐 오냐 그래 너희들도 건강하게 살고 하는 일들이 다 잘되기를 바란다.....

철없는 애들이야 세뱃돈에 먼저 눈길이 가겠지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이라고 하는 말의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됩니다.

 

설중 복수초를 찍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한 계절이 지나갔고, 한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복수초는 진정한 겨울의 꽃이지요. 육지에서는 정월 한 겨울의 추위 속에서 하얗게 덮여 있는 눈을 녹이며 살풋 피어오른다고 하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는 의외로 2월의 중순께가 되어야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동안 햇살 따스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꽃들이 꿈질꿈질 땅을 비집고 올라와야 하고, 그 위로 때를 맞추어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따스하고도 밝은 태양빛이 비추게 되면 추위를 모르고 날뛰는 어린아이와 같은 노오란 복수초가 눈을 녹이면서 그 해맑은 얼굴을 보여주지요.

 

이 순간을 찾아 만나기 위해서는 엄청 부지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일년에 단 한 순간의 짧은 기회만 주어질 수도 있겠지요. 저 산 꼴짜기 어디쯤에는 설중 복수초가 있겠지 추측과 상상을 해 보았지만 찾아 나설 엄두도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삼월이 시작되면서 곳곳에 노란 복수초 무리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옆자리의 아내, 살붙이의 아들 딸들, 친척들, 친구들, 가까운 이웃들, 멀리 있는 이웃들..... 옷깃 스치는 인연으로 맺어졌던 이웃들.....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이 세상은 더 밝아지겠지요. 나의 행복, 너의 행복, 우리의 행복,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 너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이 환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서로를 위해서 복을 빌고, 우리의 착한 마음 속에 깃든 작은 소망들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밝은 세상, 맑은 세상, 아름다운 세상, 사랑으로 품어주고 감싸주는 세상, 넉넉한 웃음으로 살아가는 세상, 어쩌면 복수초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요? 삶의 무게가 버거움으로 짓누를 때라도 따스한 마음의 이웃들이 있기에 한결 가볍게 버팅기면서 살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이웃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라고 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었겠지요. 

 

나도 그런 사람으로 살거야  헛소리처럼 중얼거려보지만, 왠 일일까요? 가끔씩 이웃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상처를 주지 않았나, 내 마음의 가시를 내쏘면서 살지는 않았나..... 그네들에게 미안해요 죄송해요 속으로 뇌이고 되뇌이며 살면서도 마음의 겉껍질은 항상 두텁기만 합니다. 지독한 이 모순을 앓고 있는 인생길에서, 오늘은 복수초의 행복을 인삿말로 전해올립니다.

 

모두 모두 새봄을 맞이하여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아픔도 상처도 다독거리며 살아가세요.

우리의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그날까지..... 풀빛세상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자라는 복수초는 이파리가 가늘고 좁기 때문에 세복수초라고 합니다.

아래에 찍어 올리는 사진은 육지에서 옮겨와 심어 놓은 것으로, 가지복수초 혹은 개복수초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봄을  기다리는 그 열망의 뜨듯함은 한결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