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5 / 스핑크스의 질문

풀빛세상 2012. 2. 22. 00:06

 

  

 

몇 해 전, 생각이 많은 남편이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곁에 있는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지요.

여보, 사는 게 뭐야?

잠시의 뜸들임도 없이 너무도 간단명료하게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사는 게 사는 것이지요.'

그 말에 남편은 망치로 한 대 얻은 맞은 듯,

'아! 그렇지, (아들딸 낳고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며..... 할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사는 것이지.'

 

설국으로 변해버린 한라산 높은 곳에서 찍어온 사진입니다. 하나의 형상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느낌과 해석이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떤 이는 엎드려 있는 하얀 양을, 어떤 이는 백호(白虎)를, 어떤 이는 사자 한 마리를 떠올리는가 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쪽 먼 나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옛날 그리스 테베라고 하는 도시 국가의 바위산 어느 길목에 스핑크스 괴물이 지나가는 길손님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다리로, 저녁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 스핑크스 괴물은 어물거리며 엉뚱한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먹었다지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을 때 지나가던 오이디푸스의 간단한 대답, '그것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에 네 발로 기고, 자라서는 두 발로 걷고, 늙어지면 지팡이를 짚어 세 다리로 걷기 때문이다.' 그러자 괴물은 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무엇을 의미하며 상징하고 있을까요? 답을 알면 내가 살고 괴물이 죽지만, 답을 모르면 괴물에게 잡아 먹힐 수밖에 없는 현실. 어쩌면 그네들은 스핑크스 괴물의 입을 빌어, '사람아, 너는 너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물어본 것은 아닐가요? 사람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찌 보면 너무도 복잡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면 의외로 단순해질 수 있는 것이 살아가는 우리의 삶인 것 같네요. 그렇지만 의외로 많은 이웃들이, 사람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원초적인 질문 앞에서 자기자신을 바르게 세우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기독교에서는 사순절이라는 절기가 시작되는 첫날의 수요일을 재의 수요이이라고 하지요. 그날 사제는 신자들의 이마에 재를 발라주면서 이렇게 말한다지요.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지라.'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인생, 높음도 낮음도, 부함도 가난함도, 명예도 명리도 다 부질없는 것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욕심도 비우고, 오직 하늘의 그분만을 바라보면서 살자는 뜻이겠지요.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죽은 자의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들 속에 숨어 있는 스핑크스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람아, 너는 얼마나 너를 알고 있느냐?  

 

새삼스럽게 사람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보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