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7 /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으면

풀빛세상 2012. 4. 11. 22:33

 

 

  

 

요즘은 전신 스케너라고 하는 기계가 있다지요.

그곳을 통과하기만 해도 옷 안에 감춘 모든 것이 드러나고, 육신의 알몸까지 찍어버린다지요.

혹시라도 마음을 찍는 기계가 나올 수 있을까요? 그러면 무척 두려울 것 같습니다.

사랑에 들뜬 청춘들에게는 사랑의 흔적과 열정이 나올 것이고,

외로움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외로움의 서늘함이 찍혀 나오겠지요.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을까요?

그네들의 사진에는 맑음과 고운 것이 담겼을까요?

희망의 풋풋함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무엇이 어떻게 찍혀 나올까요?

미움과 심술보로 가득찬 사람들에게는 까칠까칠하게 찌르는 그 무엇이 드러나겠지요.

 

어떤 사진사가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을 쳤다지요. 그네들의 영혼을 훔쳐가는 기계라고 하면서요.

문명의 개화시절, 한반도에도 사진기가 등장하였습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거렸다지요.

애기를 잡아 가루로 만들어 저 기계 속에 넣었을 것이라고요.

만약 마음을 찍는 기계가 나오게 된다면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으로 달아날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죄성의 그 어두운 영역들이 찍혀 나올까봐서요.  

 

꽃들이 짧은 봄날의 화려함을 뒤로 하며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바람과 빗물이 잦아든 벤치에 잠시 머물다 가면서 흔적을 남겼습니다. 

뭔가 형태가 남았습니다. 뭘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보는 이의 눈마다 다르게 보겠지만, 저의 눈에는 날아가는 새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안에는 온통 꽃으로 채워져 있네요.

마음을 찍는 사진기로 찍어보니 안에는 온통 꽃으로 채워진 새,

아마 이 새는 꽃 세상을 그리워하며 그곳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름다운 마음만을 찍어내고 싶은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