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6 / 눈벌레 한 마리

풀빛세상 2012. 2. 24. 18:49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그 뒤에 무엇을 덧붙일까요?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여백을 남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사라질 뿐.....

 

쏟아지던 눈발이 잦아들고 하늘이 말갛게 개이던 어느 날 오후 카메라를 들고 이 골목 저 골목 주춤주춤 발걸음 옮겨보았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사라져가는 것들의 흔적을 찾아보았지요. 눈벌레 한 마리가 꼬무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꼬물꼬물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어떤 이는 바다를 헤엄치는 해태라고도 하고요, 어떤 이는 아기 공룡 둘리가 나타났다고도 하네요. 무엇으로 보이나요?

 

존재하는 모듯 것은 사라지게 됩니다. 사라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걸까요? 

갑자기 존재는 무엇이며, 사라짐은 무엇이며, 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게 될까요?

 

질량불변의 원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들이 돌고 돌아 새로운 것 속으로 녹아들어가지만, 그 질량, 그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었지요. 그렇지만 무게와 거리로는 계량할 수 없는 정신은, 그리고 영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것 역시 총량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지식의 총량, 지혜의 총량, 정신의 총량, 생각의 총량..... 영성의 총량..... 허망한 생각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과학과 지성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현대이지만, 역사 이래 그 어느 시대보다 현대인들의 내적 고갈과 공허가 무섭다고 하지요. 신을 부정하는 시대에 유사종교는 더 기승을 부린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존재의 사라짐, 그것은 없어짐의 무화(無化)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존재에로의 이전일까요?

그것이 주변 세계의 물질이 아니라 '나' 혹은 '우리'라고 하는 인간의 존재와 사라짐이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한 마리 꼬물거리던 눈벌레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존재하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지만, 그 흔적마저도 사라졌을 때, 그 뒤의 여백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갈무리하고, 반추하며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겠지요. '나'라고 하는 존재도 어느 날 영원 속에 삼키어지게 될 것이지만....... 그 영원은 영원의 형벌로 다가올까요, 영원한 안식으로 다가올까요?

 

곧 사라지게 될 눈벌레 한 마리를 보면서 존재와 사라짐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