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3 / 바위에 새겨진 생의 의미들

풀빛세상 2011. 11. 15. 17:38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년의 세월이 흘렀겠지요그 세월 아득하여 다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산들산들 산들바람, 건들건들 건들바람, 이리 돌고 저리 도는 회오리바람, 북쪽에서 오는 마파람,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 바다에서 불어오는 갯바람, 남실남실 물결을 어루만지는 남실바람, 동지섣달에 불어오는 된바람, 봄날의 심술 꽃샘바람...

때로는 철벅거리는 파도소리, 꾸르륵 꾸르륵 물새들의 소리, 바닷가 사람들의 노 젓는 소리, 밀려가는 물결에 신발 잃어버리고 앙앙 울고 있는 아이의 소리...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종류가 참 많지요.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 가랑가랑 내리는 가랑비, 조용히 옷깃을 촉촉 적시는 이슬비, 좍좍 내리 퍼붓는 소낙비, 맑은 하늘에서 찔끔찔끔 떨어지는 여우비...

 

때로는 우르릉쾅쾅 번적번적거리는 천둥번개 소리에 온 몸이 덜덜 떨리기도 했었고요, 칼바람과 함께 눈비가 몰아치는 날이면 홀로 웅웅 울기도 했었지요. 땡글땡글 한 여름의 태양빛에 하늘이 노오래지기도 했었고요, 한겨울 차거운 바닷바람에 삭신이 욱신거렸지요. 부드러운 세월도 모진 세월도 보내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미운 놈 고운 님도 가슴에 안고 살았습니다. 그 세월 지나면 다 그렇게 되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는지 아득하기만 하고요,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일일이 기억에 남길 수도 없겠네요. 그런 세월이 지나가면서 삭아지고 깨어지고 허물어지고 깎여지고 파여지고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바닷가 바위에는 흔적들이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라고 말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이란 홀로가 아니라 둘러싸고 있는 우주만물 모든 것의 합작품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품어낼 수 있었던 묵묵함의 인내가 없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요. 그 가운데 나의 나됨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조각이 새겨지기 시작하면서 세상 그 어디에도 똑같은 것이 있을 수 없는 흔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보는 자는 볼 것이요 보지 못하는 자는 지나쳐 가겠지만. 


얼굴에 거뭇한 검버섯이 피어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주름살을 보게 됩니다. 단 하나뿐인 인생을 살아오신 그분들의 깊고도 길게 파인 주름살에서 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훗날 내 삶은 어떤 모습으로 아름다운 작품이 될까요. 그때까지 좋은 날 궂은 날 가슴 지릿지릿 시린 날도 참으며 살아야겠지요. 어제도 오늘도 험한 세월 견디지 못하겠노라 마음이 약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서러워도 견뎌야지요. 힘들어도 참고 살아야지요. 이 땅의 어르신들은 더 험했던 세월을 버티며 살았습니다. 바닷가 바위가 되기까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북극곰의 입맞춤이 떠오릅니다.

 

 

저 웅크린 모습,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겨울잠을 자는 걸까요?

 

거북이 괴수가 한쪽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무슨 모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