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4 / 땅땅거리며 살지는 못해도

풀빛세상 2012. 1. 2. 21:32

 

 

  

 

떵떵거리며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떵떵거리다'라고 하는 말의 유래가 어떻게 될까요?

먼저 인터넷 사전으로 검색해 보았았습니다.

-(사람이)권세와 재산이 충분하여 드러내어 뽐내면서 아주 호화롭게 지내다.

-(큰 쇠붙이나 단단한 물건이)세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잇따라 나다.

말뜻이야 알겠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떵떵거리다'라는 말은 '땅땅거리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은 아닐까요? 옛날 땅으로 재산을 평가하던 시절에, 이 땅도 내 땅, 저 땅도 내 땅, 저어기도 내 땅.... 이쪽 김부자네는 천석꾼, 저쪽 최부자네는 만석꾼..... 그래서 땅땅거리며 살았다는 말에서 떵떵거리다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닐까? 물론 혼자만의 부질없는 추측일수도 있겠지요. 

 

옛날 러시아에 파홈이라는 사람이 살았지요. 그에게는 평생의 소원, 자기 소유의 땅을 가지고 싶었지요. 어느 마을에 가니 마을의 촌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하루 동안 돌아다니면서 표시한 모든 땅을 드리겠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 파홈이 이른 아침에 삽 하나를 들고 내달리면서 이 땅 저 땅 발걸음 닿는 모든 곳에 표시를 하면서 무척 신이 났었겠지요. 그렇지만 너무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요? 마지막 태양빛이 지평선에서 사라질 때 첫 출발지로 돌아왔지만 그 순간 그는 엎어져서 숨을 거두고 말았답니다. 그때 악마는 그의 뒤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지요. 마지막 결론은 이렇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의 시체를 거두어 한 평이 되지 않는 땅을 파고 묻어 주었다. 톨스토이의 민화집 중에서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할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민족의 멀고 먼 조상인 아브라함이라는 분이 나옵니다. 그분은 평생 가나안 땅에서 나그네로 살았지요. 어느 날 아내가 죽어 장례식을 치뤄야 하겠는데 한 평 땅이 없어 그 지역의 유력자를 찾아가서 허리를 숙이고 아내의 매장지를 좀 팔아주십시오라고 사정을 합니다. 서로간에 협상이 되어 막벨라 굴이 있는 밭을 구입하여 가문의 공동묘지로 삼게 되지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아린 가슴으로 한동안 하늘만 멍하게 바라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하늘의 가치를 좇아서 달려가는 나그네 인생의 서러움이 너무도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겠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신약성경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마태복음 8:20).

 

하늘의 가치, 땅의 가치, 서로간의 불편한 접점은 어디일까요? 하늘이 땅에서 멀다라고 하지만, 하늘이 있어 땅이 있고, 땅이 있어 하늘이 하늘이라고 하는 이름을 얻게 되겠지요. 연초록의 싱싱한 새순들이 우렁우렁 솟아나는 날 하늘에서 와자작 와자작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물방울이 튕기며 뽀얀 물안개가 산허리를 두를 때, 아~ 저것이 하늘과 땅의 만남이구나 느낌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그 몹쓸 놈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스물거리며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요.

 

가끔씩 처제는 언니를 만나 닥달을 합니다. 언니, 그런 식으로 살아서 어떻게 할래. 노후 준비는? 아들들이 돌봐줄 것 같애. 국가에서 주는 연금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나이가 되도록 땅이 있어? 집이 있어? 그럴 때마다 언니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크크 웃기만 하지요. 처제가 보기에 형부와 언니네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무척 안쓰러운가 봅니다. 땅땅거리며 살지는 못할지라도, 한 평의 땅도 마련하지 못하는 그 무능함, 그러면서도 맨날 하늘만 섬기며 살아간다고 하니까요.....

 

이쯤해서 어디서 줏어온 글귀 하나 조용히 읖조려 봅니다.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정현종 <한 숟락 흙 속에>

 

떵떵거리며 살지는 못해도 하늘과 땅을 마음에 담아보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