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26 / 누가 가장 소중한 이웃일까?

풀빛세상 2012. 2. 18. 19:02

 

  

 

 

오늘은 풍경 속의 이야기를 빙자한 살아가는 이야기 한 토막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사진교실에서 년중행사로 작품전시회를 했습니다. 각자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 중 골라서 석 점씩 출품하기로 했지요. 없는 시간에 근근히 따라다니면서 배우기도 하고 찍기도 했던 것들을 살펴보면서 당황스러워졌습니다.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찍은 사진들은 많았지만 누구에게 보인다고 생각했을 때 꺼낼 것이 없었습니다. 남들은 멋진 풍경사진들이 있었지만 저는 맨날 야생화만 찍다보니 고를 것이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었지요.

 

혹시 사진을 사겠다는 작품은 없었습니까?

누구님 작품을 물어보던데요. 그래 얼마라고 했는가요?

00 정도면 팔 수 있겠다고 대답하던데요.

그런가요? 그런데 두어 장 더 높여서 불렀어도 되었을텐데......

그리고 저는요, 얼마면 팔 수 있겠냐고 했지만 어떻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나요? 친한 친구인데 그냥 줘야지요. 우리가 작가들도 아니고....

한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깔깔 웃으면서 후기담들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이런 전시회에 몇 번 참여해본 분도 있고, 전문작가에 근접한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초보 진사(眞寫)의 서투른 작품들이었지요.

 

참고로 여러분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요,

여러분이 전문 작가도 아니고, 얼마라도 주고 사겠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겠지만, 공짜로 주면 공짜대접을 받고, 십만원을 받고 팔면 십만원짜리 작품이 되고, 삼십만원을 받고 팔면 삼십만원자리 작품이 되고, 오십만원을 받고 팔면 오십만원짜리 작품이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공짜로 주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훗날 집을 옮기든지 할 때는 아마도 발로 밟아 구겨서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삼십만원을 받고 팔았다면 삼십만원의 대접을 받을 것이고, 만약 백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하면 틀림없이 이삿짐을 쌀 때 제일 먼저 내려 소중하게 다룰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그분이 사진에 대해서 좀 알고 있다면 이렇게 물어올지도 모릅니다. 몇 장이나 뽑을 것인가요? 그러면 석 점 혹은 다섯 점을 뽑을 것이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생전 처음 듣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전시회에 나온 전문작가들의 작품이 우리가 소박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그렇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사진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업작가는 별로 없으며, 사진의 거래도 많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공짜로 주고 싶은 분들이야 많지만, 어찌 돈을 받고 팔 생각을 하겠나요?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의 작품 앞에서는 오래 머물렀다 가는 분도 없는 것 같고, 팔 수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한 분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말아야겠지요. 다른 분들의 작품들이 워낙 좋으니까요. 그래도 생전 처음으로 경험하는 작품전시회, 행복했노라고 전해드리겠습니다.

 

중형 액자에 걸린 꽃이 있는 풍경 한 점, 그리고 작은 액자에 담긴 야생화 두 점, 어떻게 처리할까요?

눈속에 핀 변산바람꽃은 달라고 조르는 분이 있어 선물해야 할 것 같고, 무더기로 핀 남방바람꽃은 처제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고 아내가 압력을 넣고, 그리고 한  점은 잠시라도 집에 걸어놓고 기분을 내자고 해서 텔레비전 위에 달았습니다.

 

전시회가 끝이 났습니다.

각자 자기들의 작품을 챙겨 가면서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챙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아마추어적인 순수함이요, 진정한 행복이겠지요.

비록 우리들의 작품에 비싼 값을 매기지도 않았고, 또 우리들의 작품이 수백만 원의 대우를 받으리라고는 꿈꾸지도 않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소중한 이웃들을 찾아 챙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댓가를 받은 것이겠지요.

누가 가장 소중한 친구일까요?

일흔이 넘으신 곰세마리님은 달라는 친구들은 있지만 그래도 집의 안방에 걸어놓겠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평생을 함께 고생하며 살아온 안방 마님을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아내의 요청대로 집에 걸어놓았습니다. 분위기 괜찮네요. ㅎㅎ

아마추어적인 순수함에 행복을 느끼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