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23 / 사위질빵

풀빛세상 2011. 10. 17. 00:36

 

 

 

 

 

사위는 백년지객이라고 했던가요? 낳은 아들이 아니니 어려울 수밖에는요.

사위가 오는 날에는 씨암닭 잡는다고도 했지요. 장모님의 지극한 사위사랑을 뜻하는 표현이겠지요.  

육지의 사위를 맞이하는 제주의 어머니는 평소에 먹던 밥에 걸쭉한 젖갈, 시퍼렇고 싱싱한 무우청, 초록의 풀냄새가 비릿한 시퍼런 콩이파리들을 뜯어와 한 상 올렸지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사위는 맛있게 열심히 먹었더랍니다. 마음 속으로는 오래 오래 추억으로 남기면서요.

 

일등 사위는 없었지만 일등 장모님은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진득한 장모님의 속깊은 정을 알게 된 사위는 한없이 행복했더랍니다.

이제는 엄지 검지 다 세우면서 좋은 딸을 주신 어머니 최고라고 자랑해야겠지요.

 

옛날 산골마을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장모님댁에 들른 사위가 나무를 하겠다며 장모님을 모시고 산으로 갔었지요. 사위는 지게를 지고, 장모님은 새끼줄이라도 들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새끼줄이 모자라게 되었답니다. 장모님은 가까이에 있는 넝쿨들을 걷어와서 새끼줄을 대신하게 되었는데, 굵고 튼튼한 칡넝쿨이 아니라 가늘고 툭툭 잘 끊어지는 넝쿨을 걷어와서 나뭇단을 묶었다지요. 사위 고생시킬까봐서 일부러 약한 줄을 걷어왔던 것이지요. 나뭇단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요. 이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그 넝쿨을 사위질빵이라고 이름 부르게 되었답니다. 사위질빵이란 사위가 지고 가는 멜빵이라는 뜻이겠지요.

 

장모님의 사위 사랑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사연의 풀꽃이랍니다.

여름의 들과 산 심지어는 돌담 위에서도 무성하게 하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항상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 친근함이 더해집니다.

세상에는 두 어머니가 있습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와 딸을 보내주신 어머니가 있지요.  

두 분 다 소중한 분들입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라고 인사를 올립니다.

 

아름다운 세상 풀꽃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