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24 / 알꽈리

풀빛세상 2011. 10. 29. 01:30

 

 

 

 

 

알꽈리 그 영롱한 빛 앞에서 숨을 죽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아름답지요. 올해는 반드시 이 열매를 만나리라 흥분과 설렘으로 기다렸습니다.

첫 만남, 두번째 만남, 늦가을의 쓸쓸함에서 벗어나 따스함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바알간 열매 몇 톨 앞에서 느끼는 흥분, 설렘, 행복.... 숨기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내 마음의 보석.  

작년에는 만나지 못했었지요. 눈비가 내린 후 예전에 만났던 곳을 찾았지만 철이 늦었는지 흔적도 없었습니다. 어디에 바알간 열매가 있다더라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 나선 날에는 갑자기 폭설이 내리고 길이 얼어서 혼이 나기도 했었지요. 다행히 올해는 제 때에 싱싱한 열매들을 찾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먹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왔습니다.

먹을 수 있을까요? 한 번도 먹을 수 있을까, 먹어볼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또 어떤 분들은 똑 따서 귀에 달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귀에 달면 정말 아름다운 귀고리, 그네 마음의 보석이 되겠지요.

 

여인네들이 모여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듯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누구는 손가락에 끼고 있는 비싼 보석반지를 보여주며 자랑했겠지요. 어느 누구는 집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비싼 예술품을 자랑했고요, 어느 누구는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자랑했겠지요. 그런데 소박한 옷차림의 그네는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나는 여기에 있는 두 아이가 저의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네 마음의 보석이지요.

 

오래 전 누나들이 시집갈 때쯤 떠돌았던 이야기 한 토막. 가난했던 그 시절 처녀애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리 미리 혼수품을 장만했더랍니다. 그 당시의 혼수품이야 소박하기 그지 없었겠습니다만, 하얀 드레스 입는 그날을 꿈꾸며 설레임 가운데 하나씩 둘씩 마련했겠지요. 그런데 어느 처녀는 돈이 생기면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구했고, 시간이 나면 그 책들을 읽어 벽에 쌓기 시작했습니다. 한 칸 두 칸, 어느듯 한 면 두 면을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걱정을 했었지요. 시집은 언제 갈래, 시집갈 준비는 안 하냐? 어느 날 그네의 마음을 훔치는 멋진 남자가 나타나 이렇게 말했겠지요. 당신의 그 많은 책만 가지고 오면 됩니다. 행복한 이야기이지요. 

 

가을을 맞이하면서 두툼한 책 두어 권을 구입했습니다. 공자님의 가르침을 좀 더 깊이 알고자 논어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했던 손자병법을. 이 책들을 읽게 되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분들의 가르침과 정신세계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을까요? 협소해졌던 삶의 정신세계가 한 뼘이라도 넓어지게 될까요? 그런데 곁에서 친구는 '일상순례자'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빌려줍니다. 이것도 읽어보라고요. 이 책 한 권 한 권들이 제 마음의 보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꽈리, 요즘 말로 하면 누드꽈리라고 해야겠지요. 원래 꽈리라는 것은 열매를 감싸고 있는 외피가 있어야 하는데, 알꽈리는 조금도 부끄러움이나 수줍음도 없이 당당하게 자기의  알멩이를 드러내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누드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지요. nude:벌거벗은 모든 사람을 누드라고 하지는 않으며 대체로 거기에 예술적 느낌이나 관념이 곁들인 것을 말한다(브리태니카 백과사전). 누드라는 단어가 단지 벌거벗은 상태를 의미하지 않고 예술적 혹은 (종교)의식적 행위를 동반할 때 사용되었다는 뜻이겠네요. 그런데 요즘은 누드 필통, 누드 김밥, 누드 컴퓨터 등등 상업적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두루두루 살피건데, 누드라는 단어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외식이나 치장이 없는, 진실된, 겉과 속이 같은....' 등등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꽈리, 누드꽈리, 참 재밋는 표현이 아닌가요?

 

글이 좀 더 길어지면 지루해지겠지요. 어려운 문자들은 튕기어내야겠지요. 간단하고 단순하면서도 진솔한 내 마음의 보석들을 살포시 드러내는 글쓰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가을도 깊어갑니다. 쓸쓸한 바람에 낙엽이 휩쓸려 갈지라도  내 마음의 보석, 붉고 맑은 알꽈리를 마음에 품고, 거북이 걸음으로나마 행복의 나라로 걸어갑니다.  

 

내 마음의 보석 알꽈리와 함께 행복의 나라를 찾아가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