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1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황홀한 비행

풀빛세상 2011. 6. 21. 09:42

 

 

 

산다는 것이 뭘까요?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고운 색갈의 실잠자리 두 마리가 사랑의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러 몇 컷을 얻었습니다. 잠자리들은 멀리 멀리로 떠나버렸지만 제 마음 속에는 축복의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거라. 세상은 험하단다. 비바람도 불고, 너희들을 노리는 적들도 숨어 기다리고 있단다. 그래도 억세게 굳세게 힘차게 살아가거라. 살다가 힘들 때에는 아름답고도 황홀했던 첫 비행을 추억하면서 힘을 내거라.

 

잠자리들이 어찌 사람의 마음을 알겠습니까? 저네들은 저네들의 생존의 법칙 사랑의 법칙에 따라갈 뿐이겠지요. 어쩌면 저네들에게 우리네 삶을 투영시키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사랑의 여행은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옛날 옛적 시골 사람이 서울을 다녀오게 되었답니다. 여관방이라는 곳을 찾아 들어가 하룻밤을 묵고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문 앞에 맑은 물이 가득 담겨 있는 세숫대야가 놓여있었습니다. 여관 주인의 친절에 감동한 시골 어르신, 세숫대야를 들고 그 물을 배가 부르도록 벌컥벌컥 마셨더랍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킥킥 웃고 야단이 났겠지요.

 

민망해진 여관 주인, 그 다음날 아침에는 팥죽을 쑤어 세숫대야에 담아 내놓았답니다. 전날 무안을 당한 시골 어르신, 오늘은 결코 실수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그 팥죽으로 세수를 했다지 뭡니까!

 

이제 세월이 흘렀습니다. 시대도 참 많이 바뀌었지요. 바뀌지 않은 것은 여전히 세상물절에 어두운 시골 사람들의 순진함이겠지요. 이번에도 시골에서 올라온 어르신, 이번에는 호텔이라는 곳에 머무르게 되었답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하니 옆 작은 방에 조그만 우물이 있고 맑은 물이 고여 있어 맛있게 퍼마셨답니다. 도시라는 곳은 참 편리하기도 하지. 어찌 방 안에도 작은 우물을 만들어 놓았을까?

 

조금 세련된 시골 처녀, 호텔의 작은 우물이 먹는 물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았습니다. 그 물에 길게 자란 머리를 감고 옆에 보이는 작은 꼭지를 꼭 눌렀다지요. 쏴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긴 머리카락이 깊이 깊이 빨려들어갔다고 하지요어마나 사람 살려~~ 시골 처녀의 이야기도 동화 속의 전설이 되었답니다.

 

 

나이 서른을 넘긴 처녀 총각이 결혼이라는 것을 했답니다. 그동안 마음 졸였던 양가 부모 친척 친구들이 마음을 모아서 서울의 최고급 호텔방을 예약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첫날 밤인데 좋은 호텔에서 하룻밤 머물라고요. 예식도 끝나고, 축하객들도 모두 돌아간 후, 늦은 시간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방을 찾아들었겠지요. 잠을 자야겠는데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이불이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잠은 자야겠고, 신랑은 용기있게 방 안에 놓여져 있는 전화기를 들고 카운터를 찾았답니다.

 

신랑: 여보세요. 잠을 자려고 하는데요, 이불을 좀 갖다 주실래요.

카운터: ????

카운터: (상황을 파악한 카운터의 아가씨가 맑고 고운 목소리로) 손님, 이불은 갖다 드리는 것이 아니고요, 침대에 하얀 시트가 씌워져 있지요. 그것이 이불입니다.

 

그날 신혼의 첫 밤을 보내는 신랑신부,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몰라 본능적으로 허둥지둥 허둥지둥 하는 가운데 무척 목이 말랐습니다. 그렇지만 물을 준비해 오지 않았겠지요. 방 안에 작은 냉장고가 있고, 그 안에는 물과 음료수와 약간의 간식거리는 있었지만 차마 손댈 용기가 없었더랍니다. 비싸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 다음 날 도망치듯 그 호텔을 빠져나가는 신랑이 투덜거렸답니다. 다시는 이런 호텔에 안 온다. 불편해서 못 살겠다.

 

 

이렇게 시작은 되었겠지만, 그 신랑신부 아직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요.

지금도 손 꼬옥 잡고 험하고 거칠은 세상을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을 하면서 살고 있겠지요.

실잠자리의 사랑으로 사랑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힘차게 살고 있겠지요.

 

 

얼굴 / 윤연선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올라갔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 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