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10 / 자연이 만드는 꽃밭

풀빛세상 2011. 6. 5. 21:36

 

 

 

 

 

풀꽃을 찾아 사진을 찍다보면 가끔씩 마음에 남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작품의 가치가 있다 없다, 혹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가치가 있다 없다가 아니겠지요.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글귀 한  줄이라도 적어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눌리게 되는 그런 사진들이 기억의 이편 저편에서 얼굴을 기웃기웃 내밀고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였을까요? 아주 오래 전 소년은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꿈이었지요. 시골집 뒷담 아래 두어 평쯤 되는 아주 작은 꽃밭이 있었답니다. 갑자기 땅으로부터 초록색의 순이 솟아오르면서 줄기를 죽죽 뻗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선명하고도 붉은 꽃들이 점점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서는 투명하고도 맑은 빗줄기가 죽죽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지요. 꿈에도 색갈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자연이 만드는 작은 꽃밭이 있었습니다. 누가 가꾸지도 않았고, 씨를 뿌리지도 않았고, 보살펴 준 적도 없습니다. 가끔씩은 풀밭을 정리하는 기계음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스쳐지나갈 때마다 밑바닥부터 몽땅 잘려나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해마다 사방천지에는 자연이 만드는 작고도 작은 꽃밭들로 세상은 환해지며 풍성해지기 시작합니다. 서로 경쟁하듯, 서로 시샘하듯, 그러면서도 하늘을 향하여 꽃대를 올리는 자연의 꽃밭이 있었기에 세상은 더욱 밝아졌습니다. 

 

옛날 옛적 큰 왕국이 있었습니다. 금이 귀하지 아니했고, 은은 길가의 돌멩이처럼 흔했다고 합니다. 왕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그릇은 금으로 만들었고, 왕궁의 모든 집들은 최고급 건축자재인 백향목을 사용했으며 그 위에 다시 번쩍거리는 금으로 입혔습니다. 왕이 누리는 영화는 세계만방에 알려졌고, 멀고 가까운 이웃 나라들에서는 사절을 보내어 왕의 지혜로움을 칭송했고, 제국의 권위는 해 아래 많은 왕국들보다 뛰어났었지요. 그 왕의 이름은 솔로몬이었습니다.

 

지혜로운 스승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뒤따르며 그분의 음성 듣기를 원했습니다. 저 멀리 호숫가에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었지요. 들판 위에는 봄바람에 들뜬 작고도 소박한 꽃들이 주욱 피어 깔렸습니다. 그분은 뒤따르는 제자들과 무리들을 들판에 앉혀놓고 가르침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

 

들판에 피어 있는 '이 꽃 하나'의 아름다움을 깨우친 그분이 진정한 스승이 아닐까요? 그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스승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 작은 꽃 한송이를 오늘도 마음에 품어봅니다. 소년의 마음 그 작고도 작은 꽃밭에는 오늘도 풀꽃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하답니다.

 

자연이 만들어가는 작은 꽃밭에서 오늘도 그분의 음성을 그리워하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