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22 / 도둑놈의갈고리

풀빛세상 2011. 10. 16. 23:27

 

 

 

 

 

꽃이름은 원래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도둑놈의갈고리'라고 합니다.

이름도 참 희안하지요. 누가 저 작고 예쁜 꽃에 낯설고도 어색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특별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작은 꽃송이의 은은한 색감으로 살풋 유혹하는 듯 하기에, 

혹시라도 마음을 훔치는 도둑이라는 뜻은 아닐까 혼자서 즐거운 상상에 젖어봅니다.

어쩌면 마음을 훔치는 도둑을 기다리는 본능이 우리들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꽃이 진 후에 초록색의 선그라스 닮은 씨방이 생겼다가 점점 갈색으로 변해갑니다.

선그라스의 끝을 보면 살짝 휘어진 갈고리가 생겨서 지나가는 누군가의 옷깃을 끌어당기겠지요.

궂이 설명을 하려면 후손을 멀리로 보내어 퍼뜨리려고 하는 식물의 본능이라고 하겠지만,

웬지 너무 딱딱한 것 같습니다. 상상에 상상을 더하며 행복의 나라를 찾아갈 수는 없을까요?

세상만사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만 설명한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엉뚱하고도 발칙한 상상력 속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는 없을까요?

어느 날 멋진 선그라스를 쓴 도둑이 살금살금 꿈의 창문을 넘어 숨어들어올 것 같지 않나요? 

마음을 훔치려고요. 마음을 훔쳐서 도망가려고요.

 

엄마의 품을 벗어나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들의 눈에는 장난감 뿔테 선그라스가 걸렸습니다.

남자 아이들의 손에는 커다란 총이, 여자 아이들의 품에는 커다란 곰 인형이라도 안겼지요.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꼭 껴안아 줍니다. 행복이지요.

 

꽃을 찾아서 찍는 사람들은 이런 설명을 덧붙이게 됩니다.

훗날 멋진 선그라스를 쓴 도둑이 찾아올터이니 그것도 찾아서 찍어보라고요.  

예쁜 선그라스를 쓰고 마음을 훔치는 도둑을 찾아보려고 숲길을 더듬었습니다.

그리고 외쳤지요. 야! 여기에 도둑놈의 갈고리가 있다.

모두 우르르 모여들어, 어디에? 무엇이? 하면서 즐겁게 하하 웃었더랍니다.

풀꽃들 앞에서 조용히 이름을 불러봅니다. 도둑놈의갈고리.....

그리고 영혼의 작은 틈새로 몰래 숨어드는 영혼의 도둑, 그분은 누구일까요?

 

옛 선인들의 지혜와 유머 앞에서 잠시라도 삶의 여유로움을 찾아보는 풀꽃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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