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18 / 배초향

풀빛세상 2011. 10. 3. 14:48

 

 

 

방아 혹은 방아잎이라고 했지요. 정식명칭은 배초향이라고 하네요.

어머니의 텃밭이 그립습니다.

늦가을 벼 타작까지 끝낸 후에는 질퍽한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와서 추어탕을 끓였지요.

텃밭에서 방아잎을 한 줌 뜯어와서  뭉텅뭉텅 썰어넣으면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졌지요.

이웃 마을 유원지 횟집에서는 장어회(아나고)를 썰어 팔면서 껍질과 머리부분을 남기게 됩니다. 가끔씩 어머니는 그것들을 얻어와서 장어국을 끓였지요. 불에 폭 고운 후 촘촘한 채에 받쳐 살살 으깨면 가루가 된 살점들만 밑으로 흘러내리고 뼈들은 그대로 남게 되지요. 여기에는 반드시 숙주나물(녹두나물)과 고사리를 넣고 끓였고, 마지막에는 방아잎을 썰어 넣어 맛을 내었습니다.  

 

여름 장마철 몸도 마음도 생활도 눅눅해질 때에는 뜨듯한 지짐이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이때도 방아잎을 뜯어와 썰어 넣으면 알싸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습니다.

그 맛은 고향의 맛이었고, 어머니의 손맛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텃밭은 요술망방이와 같았습니다.

집 뒤에 약간의 땅이 있었고(한 10여평 쯤 되었는가 모르겠습니다),

가지, 오이, 고추, 들깨, 배추 등등 찬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심었습니다.

길과 밭을 구분하기 위해서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곳에는 호박넝쿨이 무성하게 자랐지요.

고구마 모종도 그곳에서 길렀습니다.

 

그런데 그 한 켠에는 반드시 몇 포기의 배초향이 수수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달리 씨를 뿌려줄 필요도 없었고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야생성이 강해서인지 저절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떨어뜨렸다가 해가 바뀌면 꼭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그네는 텃밭의 당당한 터줏대감이었지요.

 

 

한 때는 식탁의 중요한 식구였던 방아잎도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까요? 마트에서 팔고 있는 온갖 향신료에 자리를 빼앗겼고, 이제는 텃밭에서 밀려나 길가 한 귀퉁이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수수한 그 모습을 어떻게 찍어줄까 요모 조모 생각하면서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하루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이대었습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그 앞에서 얼씬거리는 가운데 몇 컷을 얻었습니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새우의 눈 갚이 생긴 수술이 저를 향해서 뭐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아저씨! 지금 쪼그려 앉아서 뭐하는거에요?  

그래, 네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찍고 있는 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