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16 / 가시엉겅퀴, 바늘엉겅퀴

풀빛세상 2011. 9. 17. 16:30

 

 

  

 

들과 산에서 수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참으로 많은 꽃들 중에서 참 묘한 매력을 가진 것들도 있습니다. 엉겅퀴, 흔하고 흔할뿐만 아니라 곁에 가기만 하면 콕콕 쏘는 가시가 있어 애써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겠지요. 곁에 가면 찔릴 것 같고, 아플 것 같고, 그래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먼 당신이라는 문구가 떠오르기도 하지요.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받고 싶은데, 혹은 친하고 싶은데.... 그런데 가까이 하기에도, 다가서기에도, 혹은 받아 품어 주기에도 버겁고 아픈 연인들의 꽃은 아닐까 상상에 상상을 더해봅니다.

 

엉겅퀴를 찬찬히 관찰해 봅니다. 내버려 두어도 자기네들 뿌리 내린 땅만 귀한 줄 알았지 더 이상 그네들의 영역을 넓히려 하지 않는 소박함이 있습니다. 억세고 당당한 겉모습과는 달리 다른 풀꽃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곳이나 농작물의 씨앗을 뿌려놓은 곳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으면서 척박한 땅의 한 귀퉁이, 혹은 풀밭의 작은 틈새만을 찾는 착한 성품도 엿보입니다.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스스럼없이 양보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너무 연약하고 여리기 때문에 보호본능으로 가시를 만들었을까요? 그렇지만 지나가는 온갖 곤충들에게는 쉼의 자리를 제공하며, 꿀물 한 잔씩 대접하는 넉넉한 인심이 있답니다.  

 

엉겅퀴에도 참 많은 종류가 있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자라며, 우리나라에도 20여 종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찾아 만나는 것도 일일이 구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 중 남쪽 나라에는 가시엉겅퀴와 바늘엉겅퀴 두 종류가 살아갑니다. 가시엉겅퀴는 육지의 것들에 비해 가시가 유난스럽게 뾰족하고 날카롭기 때문이요, 바늘엉겅퀴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꽃이 피어날 때 바늘과 같은 꽃받침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지요. 

 

 

제주의 엉겅퀴 가시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육지에서 내려오신 분들이 카메라로 꽃을 담다가 무심코 찔리게 되면 순간적으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아고고 소리지르면서 눈물 찔끔 흘리게 됩니다. 제주에서는 이런 엉겅퀴를 '소왕(牛王)' 혹은 '소왱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소가 맛있는 풀인줄 알고 달려왔다가 그 가시에 놀라 후닥닥 도망가기 때문이랍니다.

 

엉겅퀴의 가시와 관련해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옛날 옛적 스코틀랜드와 바이킹(지금의 덴마크)족이 전쟁을 했었지요. 깊은 밤중에 바이킹의 척후병이 스코를랜드군의 진영에 엎드린 자세로 살금살금 접근을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팔을 따끔하게 찌르는 것이 있어 엉겹길에 눈물 찔끔 흘리면서 아야~ 소리를 질렀겠지요. 이 작은 일로 인해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고, 전쟁에 승리한 스코틀랜드에서는 엉겅퀴를 나라꽃으로 삼았다고 하네요.  

  

엉겅퀴의 매력이 뭐냐고요?  첫째는 날카로운 가시요, 두 번째는 찾아오는 이웃들에게는 넉넉한 인심을 베푸는 모습이요, 세번째는 한 뿌리에서 늙어짐과 젊음의 싱싱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모습이겠지요. 그러면서 곰곰 생각해 봅니다. 사랑도, 우정도, 가시에 찔리는 희생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는 이루지 못한다고요. 어쩌면 신의 아들로 이 땅에 오신 그분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엉겅퀴 가시보다 훨씬 더 크고 날카로운 쇠못에 손과 발이 찔리고, 날카로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도록 했겠지요. 자기를 희생하여 온전한 사랑 이루어 갔던 그분의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 보면서, 오늘날에도 그 사랑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세상, 밝은 세상이 되었겠지요.

 

 한쪽에서는 씨앗을 맺어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계속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겠지요.

 

 

엉겅퀴에는 온갖 종류의 곤충들이 찾아와서 쉼을 얻고 에너지를 보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