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7 / 닫힌 대문

풀빛세상 2011. 2. 16. 17:12

 

 

 

 

작고 허름한 집의 낡은 쇠대문, 나무로 만든 우편함.... 이 작은 풍경. 그런데 주인 외에는 열지 못하도록 쇠줄을 채워놓았네요. 뭐 그르려니 하면서 지나가면 그뿐이지만 순간적으로 눈길이 머물고 발걸음이 멈추었습니다. 여기는 제주도이거든요.

 

제주도를 삼무삼다의 섬이라고 하지요. 먼저 많은 것 세 가지를 찾아보면, 돌이 많고, 바람이 세차고, 여자의 생존력이 강합니다. 없는 것 세 가지는 거지, 도둑, 그리고 대문입니다. 거지가 없고 도둑이 없다는 것은 몇 가지로 해석을 덧붙이도록 합니다. 제주도는 사방이 고립되어 있는 섬나라입니다. 이곳에서 수천 년을 친인척으로 맺어져 함께 살았습니다. 죄를 짓고는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척박한 땅에서 밭을 일구고, 거친 파도와 싸워 해산물을 얻어 살았으니 잘 살고 못 살고의 차별이 의미가 없었겠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얻어 먹는 거지가 없고, 남의 것을 탐내어 훔치는 도둑도 없었겠지요. 대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문이라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집에 있소, 가까운 곳에 있소, 멀리 출타 중이니 찾을 생각 마시오를 알려주는 정낭과 정주석이라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참 낭만스러웠지요.

 

그런데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외래인들도 참 많이 찾아들었습니다. 외래자본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경쟁적으로 땅을 파고 굳건한 시멘트 건물들을 지어 올렸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도 슬그머니 탐욕이라는 도둑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차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제주도에도 대문이라고 하는 차단막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집 두 집.... 문을 잠그지 않으면 불안해서 나다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마음에는 빗장이 걸리기 시작했겠지요.

 

저 작고 볼품없는 집에서 가져갈 것이 뭐가 있다고요. 그렇지만 주인을 나무랄 수가 없는 것이, 주인의 마음에 빗장을 걸어 준 것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이란 말입니다. 그뿐 아니라, 저 대문이 제 마음의 빗장이기도 합니다. 들어 오지 마시오. 나 마음을 닫아 걸었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