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92 / 수염가래(2)

풀빛세상 2011. 6. 2. 12:03

 

 

  

 

여기에 수염가래 암꽃이 있어요. 이것은 수꽃이고요. 자세히 보세요. 뭔가 다르지요.

수꽃은 뾰족하고요 암꽃은 밥주걱처럼 하얗게 넓게 퍼져 있지요. ....

 

설명을 하며 알려주는 풀꽃친구의 손끝을 아무리 살펴봐도 눈은 침침하기만 하고, 구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눈에 힘을 주고 살펴보니 뭔가 다르기는 했습니다. 어떤 꽃은 뾰족한 끝에 거미줄 같은 것이 두어 줄 걸렸고요, 어떤 꽃은 하얀 주걱 같은 모습이 아른아른거렸습니다. 그렇지만 돋보기 안경이라도 써야 바늘귀라도 겨우 꿸 수 있는 중년의 나이로는 세세한 그 모습들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수염가래, 할아버지의 수염을 닮기도 했고, 농기구인 가래를 닮기도 했고, 그래서 수염가래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논바닥에 바짝 붙어서 피는 하얀 꽃인데 이제 막 피어오르는 싱싱한 것들이라서 그런지 생명의 붉음이 흰색을 눌러버렸고요, 제가 가진 카메라가 붉은 색을 유난히 도드라지게 하다보니 분홍빛의 수염가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흰색으로 변해가겠지요.

 

수염가래에 대해서 검색하면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의 신비, 발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의 생명과 번식에 대해서 또 하나 배우게 됩니다. 꽃들에는 수술과 암술이 있어 꽃가루받이를 하게 되지요. 수정하여 씨앗과 열매를 맺기 위해서 벌과 나비 등의 곤충들을 불러모으거나 바람을 이용하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요.

 

수염가래는 수꽃과 암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요, 먼저 수꽃이 피고 그 후에 암꽃의 형태로 변해갑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을 하자면, 수술이 암술을 덮어 감싸고 있는 형태로 피어나서 꽃가루를 주변으로 흩어놓게 됩니다. 이때 바람이나 곤충들의 도움을 얻게 되겠지요. 그 후에 속에 감추어 있는 암술이 수술을 밀어내고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마 그때 쯤이면 그 꽃의 수술은 사명을 다 마치고 시들고 있겠지요. 이때 세상으로 나온 암술은 다른 꽃에서 날라온 꽃가루를 받아 수정을 하면서 씨앗 맺을 준비를 하겠지요. 이렇게 수술과 암술이 시차를 두고 피어나는 것은 자가수분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는 아래와 같이 구분하는가 봅니다. 이 구분에 의하면 수염가래는 웅예선숙에 해당이 되겠지요. 풀꽃들에는 참 많은 신비가 숨어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느끼면 느낄수록 새롭기만 합니다.

자예선숙(雌蘂先熟) : 암술이 먼저 성숙하는 경우
웅예선숙(雄蘂先熟) : 수술이 먼저 성숙하는 경우

 

첫째 사진을 보면 주둥이 끝에 메기의 수염과 같은 것이 달렸습니다. 수술입니다.

두번째 사진을 보면 하얀 주둥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세번째 사진을 보면 암술이 완전히 밖으로 튀어나와서 생명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암술의 앞을 관찰하면 아주 작은 날벌레 한 마리가 붙었습니다. 날아다니면서 수정을 도와주겠지요.

 

그런데 이런 꽃을 찾아 찍고 나면 눈이 아파요.

창조주의 작품, 작은 풀꽃들이 숨겨놓은 신비에 반하며 날마다 호기심이 더해가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