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91 / 나도수정초

풀빛세상 2011. 5. 28. 12:02

 

 

 

 

얼마 전 숲속의 외계인 나도수정초를 만나고 왔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았고, 찍을 사람은 다 찍었다고 하지만, 그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어 오랫동안 애를 태우기만 했었지요. 다행히 풀꽃친구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디쯤 가면 되나요? .....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찾아가면 되나요? .....' '삼나무 숲이 있고, 작은 공터가 있고,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계속 통화를 하면서 숲속 길을 더듬었습니다.

 

나도수정초, 보면 볼수록 신비롭기만 합니다. 침침한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부생식물이라고 합니다. 부생식물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습니다. 생식물: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 따위에서 양분을 얻어 사는 식물, 세균류, 균류 따위가 대부분이나 수정란풀 따위의 고등식물도 있다(Daum 국어사전). 살아있는 식물에서 양분을 얻어가는 기생식물과는 달리 부생식물은 썩어가는 동식물에 뿌리를 내려 양분을 얻어 생명활동을 하는 자연의 청소부라고 하면 될까요?  

 

수북하게 낙엽이 쌓여 썩어가는 곳에 뿌리를 내려 자라는 나도수정초는 광합성을 할 수 없으며, 몸은 뽀얀 우윳빛을 띠게 됩니다. 그렇지만 수술 암술 그리고 꽃잎까지 갖추어져 있는 완전한 풀꽃이지요. 어둠침침한 숲속에 엎드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일어서 돌아나오기가 너무 너무 아쉬워 다시 엎드려 찍기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흥분, 오늘 나는 숲속에서 외계인을 만났다. 제가 만났던 숲속 외계인들은 화성에서 왔을까요? 아니면 금성에서 왔을까요? 아니면 우주 저 멀고 먼 곳 안드로메다 행성에서 왔을까요? 끊임없이 어딘가에서 뚜뚜~~ 신호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숲 깊은 곳에서 싱싱한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통통한 볼, 티없이 뽀얗게 빛나는 깨끗한 피부, 얇고 투명한 꽃잎들, 그리고 안에서부터 번져 나오는 옅은 분홍빛은 왕성한 생명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주둥이가 거뭇거뭇한 것은 한 세월 살았다는 흔적이겠지요. 이제 거룩한 죽음(?)을 준비하면서 내년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풀꽃들의 생애는 한 순간이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열흘 안에 찾아가 만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제가 그곳을 찾았을 때에는 벌써 그네들의 길고 긴,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짧고도 아쉬운 한 생애를 마감하려고 준비할 무렵이었습니다. 

 

 

머리를 포옥 숙여 물 속에서 헤엄치는 해마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비롭다 혹은 숲속의 신비라는 말 밖에는 더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덧붙인다면 맑고 고운 영혼이라고 하면 될까요?

 

숲속의 신비에 아직도 가슴의 흥분을 가눌 수 없어 가슴 콩콩거리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