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8 / 조개나물

풀빛세상 2011. 5. 18. 23:53

 

 

 

 

 

 

 

오래 전에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상영되었던 적이 있지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시절인데,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 및 여러 상을 받아왔으니 국내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요. 세 시간에 걸친 지루한 영화를 보다가 잠든 분이 더 많았고, 중간에 일어서 나가는 분도 꽤 되었지요. 그러나 난해한 그 영화의 장면들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떠올렸느냐고요? 양지 바른 산등성이 무덤가에서 흔하게 핀다는 조개나물을 소개하려고 하다보니 갑자기 '조개가 산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엉뚱한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양지바른 산야 특히 무덤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이 되어있지만 처음 만나는 풀꽃이었습니다. 그것도 풀꽃친구님에게 물어 정보를 얻은 후 작은 산등성이를 뒤져서 찾았습니다. 이럴 때는 찾아만나는 즐거움이 있지요. 아무리 많고 흔하다 하더라도 '내 눈이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눈에 보여야 내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지요.

 

조개나물의 특징은 꽃과 잎을 무성하게 감싸고 있는 보슬보슬한 흰털입니다. 개미와 같은 곤충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오로지 날벌레들만을 환영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세상은 참 이상하지요. 풀꽃들마다 특징과 개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찾아 오는 이는 누구든 환영하는 인정많은 풀꽃들도 있지만, 특정 풀벌레들만 환영하는 까타로운 풀꽃들도 있는 것 같네요. 아마도 제각각의 사정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덤가를 특별하게 선호하는 풀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할미꽃 꿩의밥 양지꽃 솜방망이 그리고 조개나물 등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네들은 위에서 내리쬐는 따스한 태양빛을 즐기면서 억세고 무성한 풀과 나무들의 방해로부터는 벗어나고 싶어하는 소박하면서도 연약한 생명체들이지요. 그렇지만 조상님의 무덤가에 무엄하게 뿌리를 내려서 자란다고 뽑거나 베어버리기 때문에 아픈 마음을 달래야 할 때도 많이 있겠지요. 그렇다 할지라도 끈질기게 뿌리를 내리고 씨앗을 퍼뜨려야 하는 것이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숙명이지 않을까요?

 

아 참! 왜 조개나물이라고 하느냐고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잎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 모양이 바닷가의 조개가 입을 벌린 모습과 닮았다고 합니다. 아랫 사진을 보니까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그 섬세한 모습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조개가 왜 산으로 갔느냐고요? 불교에서 말하는 어설프고도 엉뚱한 선문답 같습니다만, 한 때는 바다였지만 땅이 솟아오르면서 육지로 변한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조개껍질이 발견된다고 하지요. 산 위의 조개껍데기, 의문없이 지나가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그곳에는 참 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살아가는 것이 삶이겠지만, 삶이란 무엇일까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우리네 살아가는 사연들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더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아마도 각자가 가진 사연들이 보석과도 같은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요?

산 위의 조개 껍데기, 산의 아랫자락 양지바른 곳에서 피는 조개나물, 단순한 풀꽃들을 보면서 삶의 의문들을 들추어 보며 엉뚱하면서도 즐거운 상상을 해 보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조개나물은 양지바른 곳에서 대략 30cm의 높이로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