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5 / 꽃마리 꽃받이

풀빛세상 2011. 5. 14. 11:37

 

 

 

 

꽃마리 꽃받이 꽃다지를 구분할 수 있으면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약간의 지식을 가진 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참꽃마리 참꽃받이 덩굴꽃마리 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분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가 아마추어 전문가라고 해도 될까요? 야생화의 세계도 워낙 범위가 넓고 깊어서 이것으로도 많이 부족하다고 할 것입니다. 

 

꽃마리: 끝 부분이 또르르 말리면서 좁쌀만한 꽃이 모여 핀다

꽃받이: 좁쌀만한 꽃이 한 송이씩 피며 대체로 흰색을 띤다

참꽃마리: 꽃송이가 훨씬 크다. 꽃지름이 1cm는 된다.

참꽃받이: 파르스름한 비치색의 꽃이 점점이 핀다. 꽃지름이 3~4mm쯤 된다. 제주도와 단양지역과 북한지역에서 가끔씩 만날 수 있다.

꽃다지: 이름은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이다. 좁쌀만한 노란 꽃들이 달린다.

 

이렇게 구분은 해 보지만 제 자신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 덩굴꽃마리는 만나지 못했고요, 또 제주도의 꽃마리를 좀꽃마리라고 한다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이 안 됩니다. 어쩌면 첫째 사진이 좀꽃마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날 양지 바른 곳에서 꽃마리를 만나는 것은 행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좁쌀만한 크기의 꽃이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 작은 것을 엎드려서 찍는 일은 숨가쁜 작업이었지요. 꽃마리는 예쁜 모습이라도 있어 찍는 맛이라도 있지만 꽃받이는 꽃이 한 점씩 흩어져 있어 예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꽃마리가 수줍음을 타는 척 하면서도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주는 내숭이 있다면, 꽃받이는 밝고 맑은 하늘을 향하여 당당하게 꽃송이를 치켜 올려보지만 촌스러움이 느껴질 뿐입니다. 그렇지만 순백의 이 꽃송이를 찬찬히 관찰하면서 꽃마리와는 또 다른 즐거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 한 송이씩 흩어져 피는 꽃받이

 

 

몇 년 전이었습니다. 보리가 누릿누릿해지는 오뉴월 어느 날 집에서 가까운 작은 오름을 찾았습니다. 땀이 삐질거리는 한낮, 눈앞에 갑자기 옥색이 고운 꽃들이 나타났습니다. 너무도 곱고 맑은 그 작은 꽃송이에 흥분을 가눌 수가 없었지요. 참꽃받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 그 현장을 찾았지만 꽃들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오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길은 단단해지고, 그 여린 풀꽃들이 살기에는 너무 힘겨웠을까요? 실망도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발걸음을 재촉했을 때 외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 참꽃받이 꽃들이 저를 반겨 맞이해 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은 참꽃마리입니다. 영실길을 통해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중간 숱한 사람들이 지나가며 밟아 단단해진 길 한복판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뒤로 바위가 있어 한 목숨 이어갈 수 있었겠습니다만,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며 오는 사람 가는 사람들에게 눈맞춤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풀꽃들의 세계에는 눈맞춤의 즐거움이 있고

알면 알수록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신비로움이 있습니다.

눈맞춤의 즐거움을 나누어 보는 풀꽃세상 행복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