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3 / 금난초 은난초

풀빛세상 2011. 5. 9. 18:28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동화 속의 한 부분이지요.

정말 그런 도깨비 방망이 하나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착한 사람에게는 금도 은도 쏟아내지만, 욕심꾸러기 심술보에게는 혼내키는 몽둥이가 된다지요. 먼저 제 마음 속의 탐욕부터 지워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제 마음 속의 탐욕의 보따리만 챙기려고 하다가 저 몽둥이에 혼이라도 나게 되면 어찌 하려고요. 그래서 오늘도 산 깊은 골짜기 도깨비 나라에는 맘씨 착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숨겨져 있데요.

 

제주도가 야생난의 천국이었던 것을 늦게야 알았습니다. '~이었던'이라는 과거형을 사용하는 것은 자꾸만 뭉개지고 있는 현실의 아픔을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가끔씩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과거에는(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난들이 발에 밟혔었는데.....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작년에는 많았었는데 올해는 개체수가 확 줄었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있었는데 올해는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야생난을 찍으시는 분들도 자기들만의 곳간으로 숨겨놓고 공개하지 않으려 합니다.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조차도 실례가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꼭꼭 숨겨 놓았어도 어느 날 찾아가면 없더라는 허탈한 말들이 바람결에 들려옵니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씨의 자전적 소설책이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빗댄다면, 그 많던 야생난을 누가 다 가져갔을까요?

 

제가 제주에서 만난 야생난만 하더라도 대략 10여 종은 될 것 같습니다. 누구의 안내를 받은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면 눈 앞에 작고 수줍지만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제주의 야생난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요. 제가 다닌 곳은 깊은 숲 속도 아니었습니다. 한라산을 오르고, 오름을 더듬거리다보면, 사람 발자국 소리가 퍽퍽거리는 곳, 겨우 반 발자국 안쪽에 그네들은 다소곳한 자태로 피어있었습니다.

 

멀리 모임을 다녀오는 길에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하늘에서는 여우비가 찔끔거리고 있었지요. 별 기대는 없이 카메라 하나만 달랑 챙겨들고 오름길을 천천히 올랐습니다. 그곳에 한뼘 높이의 은난초가 두어 그루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은 잠시, '야~ 너, 반갑기는 하지만 왜 거기에 있니. 누가 캐가면 어떡하려고.' 서둘러 몇 컷을 찍고 계속 길을 올랐습니다. 이제는 반대쪽 한 켠에 금난초가 한 그루 나타났습니다. 아직 봉우리가 몽실몽실하지만 한 이틀 지나 햇살 쨍쨍하게 내리쬐면 활짝 피겠지요.

 

올해 처음으로 만난 야생난들이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만나려고 간 것은 아니었고, 어떤 기대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네들이 먼저 기다려 주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반갑기는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탐욕스런 사람들의 눈에 뜨이기라고 하면 어떡하려고' 하는 조바심이 일어났습니다.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면 안될까요? 턈욕스럽거나, 아니면 몰지각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요? 그러면서도 제 마음 속에는 또 다른 욕심이 뭉글거리며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숨고 내 눈에는 좀 보여주면 안 되겠니. 제 속에 있는 이런 이기적인 욕심마저도 지워지는 날, 풀꽃들의 세상에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요?

 

제주의 야생난들을 만나면서 제 마음 속에는 자꾸만 '미인박명'이라는 글귀가 떠나지 않습니다. 미인박명이란 아름답기 때문에 수난을 당한다는 뜻이겠지요. 하늘이 세상 곳곳에 아름다운 풀꽃들을 심어놓은 것은, 아름다운 그 풀꽃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선해지기를 바랬겠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알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욕망의 보따리만 더 크게 하려고 합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라와 뚝딱! .....

착한 사람들에게는 복이 되는 도깨비 방망이를 생각하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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