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4 / 광대수염

풀빛세상 2011. 5. 12. 20:34

 

 

 

 

 

-광대수염,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 어린순은 식용하며 꽃은 약용으로 쓴다. 산광대 혹은 꽃수염풀이라고도 한다. 꽃받침의 돌기들이 광대들이 붙이는 수염과 닮았다고 해서 광대수염이라고 한다. -

 

 

몇 년 전의 일이었지요. 국민 똑순이로 불렸던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뉴스를 듣는 순간 '아~ !' 하면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보았거든요. 아무리 힘들어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할지라도 그네는 헤치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고 믿었거든요. 그네의 얼굴에서, 연기에서, 살아온 삶의 이력서에서 밝음을 보여주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네를 똑순이 연기자라고 불러주었지요.

 

친구는 잔뜩 흐린 얼굴이 되어 탄식을 했었답니다. 그 예쁜 애가 뭐가 아쉬워서..... 얼굴 예쁘지, 팬들도 많지, 연기도 잘하지, 그렇다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네가 우리를 속였을까요? 아니면 역설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그네를 속이고 있었을까요? 가끔씩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맴돌 때가 있습니다.

 

광대수염, 참 이름도 희안하지요. 광대라는 단어가 붙은 풀꽃으로는 요즘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분홍빛 앙증맞은 광대나물이 있겠지만, 혹시라도 어느 골짜기 한적한 곳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광대수염의 하얀 꽃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이 꽃을 보거들랑 아하~ 희안한 이름을 가진 광대수염이구나 하면서 발걸음 잠시 멈추고 대화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꽃을 보면서 뭔가 모르지만 허~ 함을 느끼게 됩니다. 허~함이란 뭘까요? 허전함? 공허함? 채워지지 아니함? 아쉬움? 어질어질한 느낌? 발 디디고 있는 현실의 위태로움? 목적지의 상실? 대충 감은 느껴질지 몰라도 딱히 설명할 수가 없는 마음의 상태일까요? 순백의 흰색인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습니다. 꽃인가 들여다보아도 화려함이 없습니다. 짙은 연두빛의 이파리들 틈 사이로 하얗게 일렬횡대로 피어 있는 꽃들을 보노라면 우리 조상네들의 한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어릴 적에 보았던 상가집 풍경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무대 위의 광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울까? 그렇지만 무대 위의 광대놀음이 그네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운명인 것은 아닐까요? 나를 버리고 나를 찾아야 하는데, 삶의 현장은 나를 버리고 너를 찾으라고 요구를 합니다. 지친 우리들을 향해서 종교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나를 버리고 신(神)을 찾으라고요. 그분의 품 안에 따뜻함과 위로와 풍성함과 생명이, 그리고 영원이 있다고 합니다. 영원에 잇대어 있음이 바로 행복의 길이라고 하지요.  

 

광대수염, 그 허허로운 꽃잎 앞에서 갈릴리 그 들판에서 외쳤던 그분의 가르침을 되새겨 봅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마음이 깨끗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렇지만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윤동주 시인은 '팔복'이라는 시를 통하여 이렇게 말바꾸기를 했었지요.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영원히 슬플 것이요. 어쩌면 영원한 그 슬픔을 짊어지기 위해서 하늘의 그분은 잠시라도 땅으로 내려오셨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영원한 그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땅바닥에 철버덕 쓰러졌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광대수염, 세상에는 참 희안한 이름을 가진 꽃들도 있답니다.

그 허허로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강한 세상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