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1 / 갯완두

풀빛세상 2011. 5. 6. 18:13

 

 

 

 

 

앞서 살갈퀴의 춤사위 사연을 적어올렸을 때 여러 반응들이 들려왔습니다. 어찌 살갈퀴를 보면서 춤을 떠올릴 수 있었느냐고 했었지요. 풀꽃이야기를 적어가는 저 자신도 가끔씩은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어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글을 적었을까?

 

가끔씩은 제 자신이 작은 풀꽃들에게 홀려 살아가는 듯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꼭 만나야지 이런 마음의 소원을 품고 있으면 저의 발걸음이 그곳에 머물러 있었고, 발밑에서는 풀꽃들이 저를 향해 방긋거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네들의 사연을 적는 것이 아니라, 그네들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들을 받아 적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꼭 만나고 싶은 풀꽃들을 만나지 못한 채 계절을 넘겨버리면 안타까움의 몸살을 앓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의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듯 합니다.

 

이런 것을 풀꽃앓이라고 하면 될까요? 언제까지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고요, 어느 세월 지나면 열정은 사그라지면서 풀꽃앓이도 옛추억 속에 소중히 갈무리 되겠지요. 그 순간들의 모둠이 훗날 어떤 의미있는 결과물을 빚어 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 않았을 때의 허허로움도 인생의 한 부분인듯 합니다.

 

제가 풀꽃을 찾아 찍고 그네들이 들려주는 사연들을 옮겨적는 과정이 다 같지는 않습니다.

첫째, 미리 어떤 의도성과 내용을 가지고 찍는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익숙한 풀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번째, 찍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를 발견하게 되어 의미를 부여한다.

셋째, 찍어온 사진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서 풀꽃들이 각자의 멋스러움과 사연들을 들려줄 때가 있겠지요. 이럴 때 이것을 받아 적는 제 마음 속에는 행복의 작은 보따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듯 합니다.

 

갯완두의 사진들을 카페와 야생화동호회 등의 홈페이지에 올렸을 때 의외로 재미있는 해석들이 나왔습니다. 어떤 분은 세 가지 색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어떤 분은 숨박꼭질 놀이를 떠올렸고요, 저는 호기심 많은 소녀들의 기웃거림을 상상해 보았고요, 그리고 다른 분들은 무엇을 느끼며 보았을까요? 이 글과 사진을 보는 분들은 잠시라도 턱을 괴고 음~ 하면서 시간을 멈춰보시기 바랍니다. 뭐가 보일까? 풀꽃들이 전해주는 그네들 세상의 신비로움은 무엇일까? 이런 꿈꾸는 순간의 멈춰섬이 배부른 자들의 권태로움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분들에게 주는 신의 축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 멀리 있는 꽃친구님이 갯완두의 보라색이 그립다며 꼭 찍어올려달라고 했었는데, 때를 맞추기가 힘들어 흘러 가는 세월 속에 풀꽃 그리움만 더했더랍니다. 소속해 있는 단체에서 체육대회를 하는 날 잠시 짬을 내어 가까운 바닷가를 들렀습니다. 저 쪽 바위틈 숨겨진 한 모퉁이에는 갯완두 한 무더기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들 기준에서는 두어 평에도 미치지 못할 작은 땅뙤기에 불과했지만 그네들 세상에서는 작은 왕국 하나를 이룬 듯 보였습니다. 

 

귀퉁이 살림이라도 그네들 마음 편하게 쉬면서 뿌리 내리고 꽃을 피우며 열매까지 맺을 수 있는 땅 한 평이 쉽지 않은 메마른 세상입니다. 나날이 인심들이 팍팍해지면서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환경파괴의 무지함이 밀고 들어올 때마다 바닷가의 갯완두 식구들은 숨을 할딱이면서 어디로 가야하나 근심하게 됩니다. 초록의 이파리 틈새에 보라의 머리를 내밀고 호기심 가득 세상을 살펴보는 갯완두의 작은 행복이 오래 오래 보존되기를 빌어보면서,

 

갯완두 작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갯완두는 바닷가 돌틈 한 줌 모여있는 모래에 뿌리를 내리고 짠 물을 마시면서

그네들의 생명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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