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0 / 살갈퀴

풀빛세상 2011. 5. 1. 08:05

 

  

 

우리 한 춤 추실까요? 

좋지요. 둥실 두둥실~~

이렇게 해서 살갈퀴들의 춤사위가 시작되었답니다. 꾸며 본 전설 속의 이야기랍니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 마을에서는 가끔씩 농악놀이가 벌어졌지요. 그날도 쾌치나칭칭나네~ 신명나는 소리가 울려퍼졌답니다. 괭가리는 깨갱갱깽, 징은 지잉징~~ 지잉징~~, 장구는 우당당두당당 투닥~~, 북은 두당당둥당..... 이때 꽃장식 고깔을 쓴 아버지들은 벗구잽이가 되어 소고를 치며 놀았답니다. 농사일에 다져진 다부진 몸은 날렵하기만 했었고, 하늘 향해 한 번 소고를 치고 몸을 굽혀 땅을 탁 두들긴 후 또 한 번 소고를 치는 연속동작을 할 때는 따라다니는 아이들 역시 신명이 옮겨붙는 것 같았지요. 마침 그날 점심을 먹기 위해서 집으로 내려온 시골의 아이들은 그만 아버지들의 놀이에 정신이 팔려 학교에 돌아갈 생각을 못했답니다. 그렇지만 한 시간 늦게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을 선생님은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지요.

 

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을 음치라고 한다면, 몸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을 몸치라고 할까요? 한 소절 걸쭉하게 뽑아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신명나는 몸풀이를 해야 할 때 몸이 먼저 굳어지면서 식은땀만 죽죽 흘러내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참 답답하겠지요. 그렇지만 하늘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신명을 내려주지 않아서 음치 몸치로 살아야 하는 슬픈 백성들도 있답니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거든요. 아버지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 징을 들면 징을 울리고, 괭가리를 들면 몸이 먼저 신명을 탓고, 장구를 들면 손가락장단이 먼저 움찔거리며 어깨가 들썩들썩. 왜 그분들의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신명나는 가락을 잃어버렸는지.....

 

춤이란 무엇일까요? 몸의 언어일까요? 춤을 배운 적이 없어 한 줄 글귀를 적어보려고 해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혼자 추는 춤, 둘이 추는 춤, 무리지어 추는 춤이 있겠지요. 기쁨의 춤이 있으면 슬픔의 춤도 있을 것이요, 놀이를 위한 춤이 있다면 종교성을 담아내는 춤도 있겠지요. 인간의 역사와 지역과 풍습만큼이나 다양한 춤을 짧은 글귀로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살갈퀴를 보면서 잠시 춤놀이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살갈퀴, 흔하고 흔한 꽃, 곳곳에 무리지어 더부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귀찮다고 뽑아내어도 어느 순간 저쪽에서 빙그레 웃으면서 한 무더기를 이루며 춤추는 그 적응력과 번식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지요. 찍어올린 사진들에서 춤사위가 느껴지는가요? 우리 한 춤 추실까요? 얼쑤 조오타~ 풍악을 울려라~ 이런 소리들이 두런거리며 들리는 것 같은가요? 

 

농기구 중에 갈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검불이나 곡식을 긁어모으기에 적당하도록 만들어졌지요. 갈퀴나물이란 마주보며 촘촘하게 나 있는 잎새의 모양이 옛날 농기구 갈퀴를 닮았기 때문이랍니다. 살갈퀴의 '살'은 그 잎이 좁고 날카로워 보이기에 붙여졌다고 하지만, 모양새만 그렇게 보일 뿐 실제는 너무도 여리고 순한 이파리일 뿐이랍니다. 갈퀴나물에도 가는갈퀴, 가는갈퀴나물, 가는등갈퀴, 가는살갈퀴, 각시갈퀴나물, 갈퀴나물, 계방나비나물, 광릉갈퀴, 광양나비나물, 구주갈퀴덩굴, 긴잎나비나물, 꽃나비나물 등등으로 분류된다고 하지만, 식물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그 종류를 다 알며 구분할 수 있겠나요. 그냥 흔하고 흔한 살갈퀴 한 종류에 만족할 뿐이랍니다.  

 

오늘이라도 지나가는 길 가, 공터, 밭귀퉁이 등에서 무성하게 자라며 어우러짐의 춤을 추고 있는 살갈퀴들을 보게 되면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한 춤 추실까요?' 가는 손을 내밀어 오면 그 작고 여린 손을 살포시 잡고 흔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풀꽃들의 춤사위에 잠시라도 넋이 빼앗겨보는 풀빛세상 신명나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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