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79 / 봄맞이 꽃

풀빛세상 2011. 4. 16. 16:16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요? 

만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으면 그네들이 먼저 찾아와 환한 얼굴로 반겨 맞으며 인사를 건네옵니다.

참 신기하지요. 발도 없고 소리도 없는 그네들이 어떻게 먼저 우리를 찾아올까요?

어쩌면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여 주인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놓도록 하는 걸까요?

 

누군가 풀꽃을 찍어 올려놓고 '봄맞이꽃'이라고 적어놓았습니다.

봄맞이꽃? 정말 이런 이름을 가진 꽃이 있을까?

 

꽃친구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정말 '봄맞이꽃'이라는 풀꽃이 있나요?

그럼요. 다섯 갈래로 갈라진 하얀 꽃 안에 노란 테두리가 있고.... 

설명하는 그네의 얼굴에는 환희의 맑고 행복한 웃음이 살포시 떠오릅니다.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지요?

맨입에....

 

며칠이 지났습니다.

봄맞이꽃을 만나고 싶은데 알려줄 수 있나요?

근데, 사실은요, 저도 작년에 딱 한 번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들어가서 만났는데,

그런데 그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전출을 해버렸거든요.....

짙은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이른 봄 양지바른 따뜻한 들이나 풀밭에 흔히 자라 봄을 맞이하는 꽃으로 불린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들이나 풀밭에 흔히 자라 봄을 맞이하는' 이 부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지만,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눈에 띈 적도 없었고, 어찌된 일일까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도심의 작은 공원을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귀로는 그네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입으로는 그네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눈은 습관적으로 땅바닥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 신기한 것이 있을까 찾게 됩니다. 작고 맑은 풀꽃 몇 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본능적인 반응으로, '처음 보는  꽃이다, 아! 봄맞이꽃이 아닐까?' 이럴 때 설레임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당하겠지요. 

 

2~3mm의 정말 작은 꽃송이 몇 개가 잔디들 틈새에서 다른 풀들과 섞여 살풋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너무 맑고 곱고 .... 야 ~ 너 ~ 어디 숨었다 이제 나타났니......

이렇게 해서 봄맞이꽃도 저의 풀꽃 목록에 또 하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 번 만났으니 앞으로 볼 기회는 더 많이 있겠지요. 어쩌면 이제까지는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었겠지만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로 앞으로는 많은 개체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휘젓는 바람에 유채꽃 멀미하는 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젊음이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충만한 시절이겠지요. 저도 그 때 그 시절에는 그랬으니까요? 친구를 만나면서 우정을 생각했고, 처녀애들과는 아직은 시고 떫은 맛의 풋사과와 같은 풋사랑의 아릿함을 즐겼습니다.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추억담이 되었지만, 가슴이 떨려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떠나 보내었던 그네들은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수십 수백 종류의 풀꽃들이 피고 지는 봄날에 '봄맞이' 꽃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당황함을 느꼈고, 그 꽃이 나를 찾아 만나주었다는 사실에서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와 함께 인생길 걸어오면서 길고 짧은 많은 만남들의 아름다운 추억, 아릿함, 설레임, 그리고 그 때 밤하늘 저 위에는 하얀 달무리가 있었지요. 만남, 맞이함, 이런 단어들이 젊음의 특권만은 아니겠지요. 요즘은 새로운 풀꽃들과의 만남, 이미 알고 익숙했던 그네들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을 찾아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것이 삶의 성숙과 연결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깊어가는 봄날에 만남과 맞이함의 설레임에 잠시나마 가슴 콩콩거려보는 풀빛세상, 행복한 세상이었습니다. 봄맞이꽃의 정식 이름은 '봄맞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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