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74 / 자금우와 백량금

풀빛세상 2011. 3. 28. 20:46

 

 

 

제주의 숲 그늘진 곳에서 찾아 만날 수 있는 자금우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면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들을 찾으며 기다리게 됩니다. 그 중에서 세 가지, 알꽈리, 배풍등, 자금우 이 셋을 꼭 찾아 만나야지 하는 마음으로 조바심을 가지게 됩니다만, 이것들이 아무 곳에나 있는 것도 아니요, 항상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요, 때를 맞추어 찾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중 다행으로 집 가까운 곳에서 배풍등을 겨우 만났고, 알꽈리는 시기를 놓쳐버렸고, 마지막으로 자금우를 만나야지 했지만 그 또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아쉬움만 남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순간 자금우가 무더기로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와~ 자금우다~  처음으로 찾은 비탈진 오름의 산책로 주변이었습니다.  

 

제주에는 삼백육십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오름이란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어이지요. 작은 지역에 이토록 많은 오름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제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저쪽 프랑스 어느 지역에도 수백개의 오름들이 있지만 그곳은 훨씬 넓은 지역에 분포해있기 때문에 제주와는 같지 않다고 합니다. 제주는 지리학적으로 정말 귀한 곳이지요.

 

참 신기한 것은, 제주의 오름들마다 식생(植生)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름마다 자라는 풀과 나무들이 다르고, 피는 꽃이 다르고.... 정말 신기하지요. 어느 오름에 있는 풀과 꽃을 다른 오름에서는 볼 수 없지만, 반면에 이곳에서 볼 수 없었던 풀꽃들을 저쪽 오름에 가면 만날 수 있고, 또 어떤 곳에는 그 오름에만 자라는 특정 식물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자금우가 빽빽하게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이렇게 많이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이토록 애태우지 않았을 텐데.  

 

자금우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의 바닷가 가까운 지역의 숲 그늘 아래에서 자라는 식물로 높이가 겨우 15-20cm 정도입니다. 한국의 자금우과에도 삼총사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금우, 잎의 톱니가 더 오돌도톨하면서도 털이 있으며 땅으로 기어가는 반덩굴성의 산호수, 그리고 키가 훨씬 위로 자라는 백량금이 있습니다. 모두 붉고 영롱한 열매들이 너무 아름다워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백량금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옛날 일본에서 백량을 주고 구해 심어 감상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때는 참 귀한 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자금우와 백량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백량금도 원래 이름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 백량을 줘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백량금(百兩金)이라고 이름을 붙였겠지요. 그러자 자금우를 키우는 분들이 이것은 천량금이라고 이름을 붙였고요, 여기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백량금을 만량금이라고 고쳐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자금우의 이명은 천량금이 되었고, 백량금의 이명은 만량금이 되었다는 에피소더가 있습니다. 어쩌면 상인들의 경쟁의식이 이런 이름을 만들어 붙인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자연상태에서는 백량금을 쉽게 찾아 만날 수 없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숲 속에 있는 것을 몰래 몰래 집 정원으로 옮겨간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 백량금 한 그루이면 춥고 지리한 겨우내내 붉고 영롱한 열매를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위의 사진은 오름에서 찍어온 자금우들이고요, 아랫 사진은 한라 수목원 비탈진 언덕 위에서 자라고 있는 백량금을 찾아 찍었습니다. 

 

요즘은 인공으로 재배하거나 개량종으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면 쉽게 구해서 키울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제주의 오름에서 자라는 자금우와 백량금에 대해서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지리한 겨울도 지났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풀빛세상의 숲속 이야기 한 토막 전해드렸습니다.

 

백량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