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72 / 새끼노루귀

풀빛세상 2011. 3. 19. 18:56

 

  

 

노루귀라는 봄꽃이 있습니다.  설중 복수초, 설중 변산바람꽃은 보았어도 아직 설중에 피는 노루귀는 보지 못했으니 아마도 복수초와 변산바람꽃들이 먼저 피고 그 뒤를 이어서 줄레줄레 줄을 지어 세상에 나오겠지요. 노루귀라는 이름의 유래는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대가 마치 노루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꽃송이를 받치고 있는 꽃받침 혹은 갓 피워올리는 꽃송이 등등의 모습에서 봄날의 작은 노루를 빼닮은 것 같으네요. 노루귀, 정말 노루의 귀처럼 생겼나요? 아니면 맑고 까만 눈으로 빤히 바라보는 착하고 순한 노루가 연상되는가요? 

 

노루귀를 찍을 때에는 가능한 역광으로 방향을 잡은 다음에 보송보송한 솜털을 담아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 다음에 가면 다시 시도해 봐야 하겠습니다. 노루귀에는 흰노루귀, 분홍노루귀, 청노루귀 이렇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흰노루귀와 분홍의 노루귀는 흔한 편이지만 청노루귀는 무척 희귀하여 찍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주도에서는 청노루귀를 찾을 수 없다니 아쉬울 따름이지요.

 

제주도와 남해안 쪽에서 자라는 노루귀는 크기가 작아서 새끼노루귀라고 한답니다. 저는 육지 저쪽에 있는 노루귀를 보지 못했으니 그 크기의 차이를 아직은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훗날 그쪽에 있는 노루귀도 찾아 담으며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새끼노루귀 하니 정말 새끼노루가 연상되면서 이 작은 꽃들의 앙증맞음이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웹상에 올릴려고 하니 '새끼'라는 단어가 금칙어라서 올릴 수가 없다고 하여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새끼'라는 말이 욕스러우니까 '애기노루귀'로 고쳐 부르자고 한다네요.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래도 '새끼노루귀'라는 말에서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 평생 한 길을 찾아 올곧게 살아오신 분이 있습니다. 오직 한 길이라는 말에는 젊은 날의 방황도 있었으리라고 짐작하며 받아들여야겠지요.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어 스승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산이 높아 우러름을 얻고, 골이 깊어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많은 물고기들도 뛰놀게 되었답니다. 이런 것을 산고수장(山高水長)의 경지라고 할까요?

 

그분이 하루는 약국을 하는 제자를 찾아갔습니다. '여보게, 내가 철이 덜 든 같으니, 철드는 약이 없을까?' 그 제자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을 받았다지요. '선생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선생님의 연세가 되면 철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철분약을 먹어야 합니다. 저에게 좋은 약이 있으니 드셔보십시오.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하하 웃었지요. 그러면서 철이 드는 것이 뭘까 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철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데, 여자분들은 이렇게 내쏘기 시작합니다. '그래, 남자들은 철이 좀 들어야 돼!'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노루귀, 봄날의 따스한 웃음을 머금고 태어나는 이 작고 환한 꽃송이 앞에서 철이 든다는 것이 뭘까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봄이 깊어가면 봄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한 계절 지나가면 조금 더 철이 들고 성숙해지게 될까요? 아니면 중년의 고집살만 더 늘어가게 될까요?

 

철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 생각하며 덕담을 나누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우리 철이 좀 들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