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5 / 아들의 졸업식

풀빛세상 2011. 2. 1. 21:29

 

 

  

 

큰아들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 사진이라도 한 컷 찍어줄 요량으로 아내와 함께 아들의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참 오래간만에 찾아보는 아들의 학교입니다. 쌍둥이 아들이라고 하지만 형제라고 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너무 다르고, 학교마저 제각각이기 때문에 작은 아들의 졸업식은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입구에서부터 꽃바구니를 팔고 있는 장사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기네 꽃을 사 달라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꽃들보다 그네들 해맑은 얼굴들이 더욱  빛나보였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척 하면서 재빠르게 꽃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참 알록달록하네요. 아내는 아들에게 줄 꽃을 구하기 위해서 차에서 먼저 내렸습니다. 

 

졸업식, 저의 누나네 졸업식과 저의 졸업식 그리고 오늘 아들의 졸업식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옛날 옛적에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이 노래를 부르면서 훌쩍 훌쩍 울었다고 하지요. 제 누나 시절에는 졸업식이 온통 눈물 바다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씩씩한 사내들인 우리들은 곁에서 훌쩍이는 여자애들을 곁눈질로 살펴볼 뿐이었지요. 그러다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졸업식은 엄숙할망정 눈물에서는 점차 멀어져 갔습니다.

 

오늘 아들의 졸업식에서는 장내가 온통 시끌시끌 와글와글...... 어느 누구 단상에서 힘주어 외치는 분의 당부말씀이나 격려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식이 끝나고 흩어지는 애들의 손에는 꽃다발 하나씩 주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온통 생화들이었는데요, 오늘 살펴보니 대부분 생화보다 더 알록달록한 인조꽃들이었습니다. 아들에게 줄 꽃을 살펴보니 신부들의 손에 들려지는 부케 비슷하네요. 아내는 이 예쁜 꽃을 아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서 구해왔습니다. 

 

엄마 아빠보다 더 웃자라버린 투박한 사내놈들에게 꽃바구니 하나씩 들려주니 풍경이 좀 묘하기는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부자연스럽게 보입니다만, 그렇지만 요놈들도 당연한 것인양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고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해줍니다. 빨리 사진 찍고 끝내자는 속셈이겠지요. 그런데 어느 아이에게도 약속한 듯이 꽃 하나씩일뿐, 옛날 우리때처럼 사방에서 주는 꽃들에 파묻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맨손으로 나다니면 허전할 것 같아서 꽃을 사서 애들에게 들려주는 걸까요?

 

졸업식과 꽃다발, 언제부터 시작된 풍습일까요? 갑자기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풍습은 아닌 것 같고요, 아마도 꽃문화가 발달된 서양에서 들어온 풍습이겠지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아들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보면서 갑자기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을 떠올려봅니다. 이 풍습도 상당한 세월이 지나면 추억스러운 풍경이 되어 있을까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군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 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