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61 / 갈대와 억새

풀빛세상 2010. 12. 13. 16:45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분들이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럴만도 하겠지요. 억새는 산과 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갈대는 바닷가 근처 그것도 짠물과 민물이 서로 섞이는 지점에 가야 볼 수 있으니까요. 사진을 보면 위엣 것은 갈대요 아랫 것은 억새입니다. 둘 다 바람에 흩날리고 있지만 갈대가 확실히 부드럽게 보이지요.

 

아는 분들이야 쉽겠지만 아직도 구별을 잘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면, 억새는 억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한 여름 모든 풀꽃들의 생명력이 왕성할 때 억새를 손에 잡았다가 면도칼보다 더 날카로운 풀잎에 손가락 베어 피를 흘린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소들은 억새풀을 참 좋아합니다. 억새가 보이면 얼른 달려와 부드러운 혀를 길게 빼어 아직은 여린 억새의 윗부분을 휘감은 다음 휙 당겨버립니다. 그러면 그 강인한 억새의 윗 부분이 툭 끊어지면서 소의 입 안으로 쑥 들어가지요. 소는 서너 번 잘근 잘근 씹은 후 꿀떡 삼켜 버립니다.

 

갈대는 참 부드럽습니다. 손 베일 염려는 없지요. 어릴 적 바닷가 동네에서 자랐던 저는 여름철만 되면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놀았습니다. 물에서 헤엄치며 놀다가 심심하면 부근에 있는 작은 갈대밭으로 달려가서 숨박꼭질 놀이를 하고, 막대기를 총으로 겨누면서 전쟁놀이도 했지요. 그곳에서 주인노릇하던 게들이 무척 당황해서 옆걸음으로 바삐 도망다니던 모습들이 눈에 서언합니다.

 

바다에 가면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물에서, 산에 가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시퍼런 저수지에서 헤엄치며 놀았습니다. 대를 이어 아이들이 물놀이를 했어도 단 한 번의 익사사고가 없었습니다. 형들은 팬티를 입고 물에 뛰어 들었고요, 너댓살박이 아이들은 작은 고추를 달랑거리면서 물에 뛰어 들었지요. 한 여름이 지나면 모두 새카만 토인들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단 한 번의 익사사고가 없었냐고요? 동네 형들이 졸졸 뒤따라온 동생들을 훌러덩 들어다가 물에 내던져 버립니다. 그러면 이제 겨우 걸음걸이 아장거리는 애기들이라도 살겠노라고 버덩거리다가 저절로 물과 파도와 하나가 되었지요. 그러면 곁에서 지켜 보며 자맥질하던 형들이 낄낄거리기도 하고, 박수를 치면서 놀아주었지요. 겁이 많은 저야 뭐~ 훨씬 조심스럽게 물과 친해졌습니다만.

 

고향의 억새들과 갈대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모두 망가지고 변해버렸습니다. 더 이상 헤엄치던 바닷가도 갈대밭도 볼 수 없습니다. 간혹 억새를 볼 수는 있겠지만 옛날 소들을 몰고 다니던 목가적인 풍경들은 추억 속의 한 장면에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

 

1.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 갈대의 순정

2.말 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 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 갈대의 순정.

 

 

고복수 노래/ 손목인 작곡/ 박영호 작사의 짝사랑

 

1.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2. 아~ 뜸북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잊혀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녁에 떨고 섰는 임자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  

 

햇살에 반짝이며 물결치며 살랑거리는 갈대

 

 

 강한 바람에도 꼿꼿하게 흔들리는 억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