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57 / 개쑥갓

풀빛세상 2010. 12. 4. 15:06

 

 

 

 

 

 

어릴 적, 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지요. 우리는 진달래라고 하지 않고 참꽃이라고 불렀습니다. 진달래가 지고 나면 야산의 나무 그늘에는 개꽃이 피었지요. 훗날 우리는 그 꽃이 개꽃이 아니라 철쭉(산철쭉)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참꽃은 먹을 수 있는 꽃, 개꽃은 먹을 수 없는 꽃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산에 가면 개복숭아가 있었습니다.  

 

풀꽃들을 공부하다 보면 특정한 글자나 단어가 들어간 이름들이 만나게 되는데, 그들 중에 '개'자가 들어간 식물들도 여럿 있습니다. 찾아보니 개나리 개망초 개다래 개구릿대 개맥문동 개오동 개살구 개쑥부쟁이 등등 제법 많이 있네요. 왜 앞에다 '개'라는 글을 붙였을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먹을 수 없다는 실망감으로, 두 번째는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세 번째는 비슷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기 위해서이겠지요.

 

그들 중에 개쑥갓이라는 풀꽃이 있습니다. 잎은 쑥갓과 비슷하지만 식용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고, 피다 만 듯한 꽃이 예쁘지도 않기 때문에 개쑥갓이라는 이름에 과히 불만은 없을 듯 합니다만, 그래도 본인으로서는 실망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구주천리광(歐洲千里光)이라고 한다는데, 구주는 유럽이라는 뜻이니까 유럽에서 온 손님이라는 뜻으로 풀어도 되겠지요. 그런데 왜 천리광이라고 했을까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어로서는 groundsel 혹은 old man in the spring 으로, 봄노인풀이라고 번역할 수 있답니다. 다른 식물들은 겨우 싹을 틔우는 이른 봄철에 이미 꽃을 피우고 흰 깃털이 달린 씨앗을 흩날리고 있으니 노인네풀이라고 했겠지요. 한방에서 이 꽃은 월경통 산통 치질 요통 근육통 등의 약재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여하튼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풀꽃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손바닥만한 텃밭을 만들고 쑥갓 씨앗을 뿌려놓았습니다. 늦봄에 향긋한 쑥갓향에 취할 수 있어서 좋아했습니다만,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던 개쑥갓은 건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면서 주변 자리를 맴돌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것이 야생풀꽃의 매력이겠지요. 

 

봄 가을에 꽃을 피우는 개쑥갓을 보면서 야생의 건강 미인(미남)을 떠올려 봅니다.

이름이야 뭐라고 하든 몸과 마음이 건강한 풀꽃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개망초' '개다래' '개구릿대' '개맥문동' '개오동',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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