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50 / 며느리배꼽

풀빛세상 2010. 11. 17. 17:32

 

 

 

 

 

꽃 이름에 며느리가 붙는 몇 종류가 있습니다. 찾아보니까 대략 4종류,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 며느리주머니가 있네요. 각자 조금씩의 특징이 있는데요,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밥풀은 시집살이의 혹독함과 고부갈등을 주제로 한다면, 며느리주머니는 금낭화의 또 다른 이름으로 옛 여인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와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졌지요. 그렇지만 며느리배꼽은 특별한 유래나 전설은 없는 것 같고,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하면서도 포 위에 얹힌 씨앗이 여인네의 동그람 배꼽을 연상시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며느리배꼽, 이름을 듣고 사진을 보니까 약간 에로틱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며느리배꼽은 며느리밑씻개의 사촌지간이 됩니다. 사촌지간이라는 말은 그만큼 비슷하다는 뜻이겠지요. 이 둘은 언듯 보아서는 쉽게 구분을 할 수 없습니다. 이것 저것 특성을 살피고 따지면 비로소 아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 하면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제야 겨우 어느 정도 그 차이성을 알 것 같습니다.  

 

둘은 참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차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는 소박하지만 붉은 연지를 살짝 바르고 있는 꽃들이 앙증맞다면, 며느리배꼽은 접시처럼 생긴 포(苞) 위에 감청색의 열매들이 모여있지요. 다시 설명을 드린다면, 며느리밑씻개는 꽃은 예쁘지만 씨앗이 시원찮게 생겼고요, 며느리배꼽은 연두색이 감도는 흰꽃은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늦가을에 맺히는 동글동글한 씨앗이 참 예쁘게 생겼지요.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씨앗을 받치고 있는 동그란 접시입니다. 저렇게 연초록의 접시 위에 꽃이나 열매가 있으면 며느리배꼽, 저런 것이 없다면 며느리밑씻개라고 하면 되겠지요. 그 외에도 몇 몇 차이가 더 있습니다.

 

사촌지간이면서 한 쪽은 꽃이 예쁘고 다른 한 쪽은 씨앗이 예쁘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평범하게 보이는 풀꽃들에 깃들어 있는 자연의 신비함과 다양성에 가끔씩은 당황할 때가 있지만,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면서 익히며 배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알면 이토록 쉬운데, 모르면 너무도 어렵게만 여겨집니다. 세상살이가 다 그럴까요? '거~ 뭐~ 알아서 뭣하게' 이렇게 말해버리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알려고 하면 할수록 찾는 재미와 구분하는 재미에 폭 빠져들면서 헤어나지 못하는 풀꽃세상의 건강한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이제 이 둘의 차이를 알았으니 내년에는 꼭 며느리배꼽의 소박한 꽃을 찾아서 찍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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