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45 / 해국

풀빛세상 2010. 11. 6. 12:22

 

 

해국 / 바다를 그리워하는 꽃

 

 

 

들에는 하얀 들국이 있고요, 산에는 노란 산국이 있고요, 바닷가에는 맑은 물빛이 감도는 해국이 있습니다. 북쪽 지방에는 벌써 해국이 졌다고 하는데 이곳 제주도에는 아직까지 한 철입니다. 그렇지만 개체수가 많이 줄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것도 꽃 사랑하노라 하면서 꽃을 성가시게 하는 제 탓인가 반성을 해 봅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둘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다하고 하겠지요.

 

해국은 바닷가에 핀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꽃송이들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묘한 감동에 빠져들게 됩니다. 바다의 짠맛과 그곳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그리워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저 높은 곳에 떠 있는 해를 향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어느 쪽에 상관 없이 제 눈에는 바다를 그리워하며 목을 쑤욱 내밀고 있는 물색 고운 꽃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어머니는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에도 쉬지 못하고 바닷가로 나갔지요. 쏴아 쏴아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가 일렁거렸던 바닷가에서 어머니는 조개를 캐고 바위에 붙은 굴을 땃지요. 그렇게 해서 고향의 어머니들은 아들딸들을 키워냈습니다. 일을 돕는다고 따라 나섰던 아들은 옷을 여러 벌 껴입고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어머니, 몸이 너무 둔하지 않나요. 야야(애야)! 추울 때는 옷을 껴입어야 한단다. 아직 몸이 더웠던 아들은 헤지고 낡은 옷을 겹쳐 입으신 어머니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아들도 이제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면서 임꺽정이 닮은 아들들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어휴 추워! 하면서 두터운 옷을 껴입을 때, 아들은 한겨울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 반팔 티셔츠에 가벼운 외투 하나 딸랑 걸치고 뛰어다닙니다. 애야! 춥지 않냐?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아빠의 말에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들은 씩 웃으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머~ 추워요? 괜찮아요.

 

고향의 어머니에게 마음으로 꽃 한 다발을 보내어 드립니다. 단지 마음 뿐이네요. 가끔씩 며느리가 용돈을 조금씩 보내 드린다고는 하지만, 받은 사랑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저의 어머니에 대해서만 기록하면 아내가 섭섭할 것 같아서 장모님 이야기도 한 줄 올려봅니다. 사십 줄 초반에 아들 둘 딸 다섯을 남겨 놓고 남편이 돌아가셨지요. 혼자 남은 장모님은 슬픔에 잠길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내달리면서 일곱 자녀를 모두 대학 공부 시키고 결혼까지 시켜 이제는 조롱조롱 달린 손자들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일에 파묻혀 사시기는 하지만 다리 아프고 허리 아프고...... 돌아보는 세월, 에휴~~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다고 한 숨 포옥 내쉬지요.

 

이런 어머니들의 정성과 땀이 모여서 꽃이 되었겠지요. 해국이라는 꽃으로 말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아들딸들을 잘 키워내신 이 땅의 부모님들을 사랑하며 존경하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