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35 / 털별꽃아재비

풀빛세상 2010. 10. 24. 17:17

 

 

 

털별꽃아재비

 

 

 

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흔히 봄비를 묘사할 때에는 보슬보슬 내린다 하지만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봄비는 생명과 희망을 떠올린다면 가을비는 뭔가 모르는 외로움 쓸쓸함을 전달해 주겠지요. 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가는 뒷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내더라도 봄비 내리는 풍경과 가을비가 내리는 풍경은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겠지요. 가을비 추적거리고,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바람에 몰려가는 거리에......  

 

이런 날, 무슨 글을 적을까 곰곰 생각해봐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주제가 없습니다. 글을 적어가더라도 실타래 풀리듯이 술술 풀려나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날에는 가장 평범한 꽃들을 찾아보면서 대화를 시도해 봅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수수하고, 특별하다기 보다는 평범하고, 도드라지기 보다는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는 꽃들이 참 많이 있지요. 그 중에서 털별꽃아재비라는 꽃을 찾아보았습니다.

 

보송보송한 털이 있다고 털이라는 접두어가 붙었고, 아재비는 아저씨의 낮춤말에 해당되니까, 털별꽃아재비는 털이 있는 별꽃 비슷한 꽃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이 꽃도 멀고 먼 이국 땅에서 옮겨져와 이 땅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우리의 들꽃이 되어 버렸지요. 이 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세 갈래로 나누어진 흰꽃이 있고 그 중앙으로 노란 꽃무더기가 모여 있습니다. 어느 쪽이 꽃일까요? 둘 다 꽃은 꽃이겠지만 어느 쪽이 진짜 꽃이라고 해야 할까요?

 

털별꽃아재비는 국화과에 속한다고 합니다. 국화과 꽃의 경우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을 혀꽃이라 하는데, 들에 피어 있는 많은 들국화들이 진짜 다 그렇게 되어 있네요. 꽃들을 사진 찍고 정리하면서 참 많이 배우게 됩니다. 공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지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悅乎)아. 배우고 또한 익히면 그 얼마나 즐거운가. 조선시대 풍류시인 김시습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풀꽃 하나를 통해서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쓸쓸함에서 푸근함으로 옮겨갑니다. 새로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 또한 누려봅니다. 가장 평범하지만 이 땅에 꿋꿋이 뿌리내리며,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 아니하고 최선을 다해서 뿌리내리며, 주어진 생명의 길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 땅의 작은 풀꽃들을 사랑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싶고, 아직은 어리석고 철없는 아들들도 풀꽃처럼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마음으로 소원하며 기도합니다.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이 풀꽃에서 인생을 보고 배우면서 싱싱하게 자라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기도합니다. 

 

작은 풀꽃들에서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누려가는 풀꽃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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