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26 / 닭의장풀

풀빛세상 2010. 10. 12. 16:26

  

 닭의장풀

보이는 평범함이 모든 것은 아니다.

 

 

여름의 들판 어느 곳이든지 쉽게 만날 수 있는 정겨운 꽃입니다. 특히 시골의 닭장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모습이 수탉을 닮았다고 닭의장풀이라고 합니다. 이 꽃 앞에 서면 어디선가 꼬끼오 소리가 들릴 듯하지 않습니까? 흔하면서도 예쁜 꽃, 잡초취급을 받는 꽃,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어 귀한 줄 모르지만 의외로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은 꽃이라고 합니다. 

 

여리고 고울 때 뜯어다가 나물무침으로 먹을 수 있고, 꽃이 피어있는 채로 뜯어와 다른 야채와 섞어 샐러드용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저 파란 꽃잎에서 푸른색 염료를 뽑아 종이를 염색하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해열 해독 이뇨 당뇨병 치료에도 사용한답니다. 이제는 닭의장풀도 시들어가는 계절이지만 내년 여름 저 풀꽃이 무성해질 때면 한 무더기를 뜯어다가 밥상 위에 올려야겠습니다.

 

예전에는 달개비라고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닭의장풀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닭의장풀이 대세라면 따라가야겠지요. 달개비이든 닭의장풀이든 둘 다 고운 이름인 듯 합니다만, 요즘은 닭의장풀에 더 많은 호감이 갑니다. 찾아보면 양달개비 자주달개비 물달개비 등으로 달개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꽃들이 여럿 있으니 닭의장풀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꽃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비밀스러운 것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어나기 전에 이미 꽃 안에서 90%의 수정이 끝나 있다고 합니다. 꽃에는 꿀이 없어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지 못한다고도 합니다. 꽃잎은 여섯 장이지만 석 장은 뒤를 감싸고, 한 장은 아랫쪽에서 투명한 색으로 뱓쳐주며, 나머지 두 장만 파란색으로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수술은 여섯 개이지만 이 중 4개는 꽃밥이 없습니다.  

 

이제까지 꽃이 이쁘다라고만 생각했지 이토록 많은 비밀스러운 내용을 간직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꽃에 왜 이렇게 많은 숨은 사연들이 있는지, 무슨 말 못할 내용이 있는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저의 학생부에 선생님이 이렇게 딱 한 줄 적어놓았습니다. 두루 두루 평범하다. 얼마나 마음이 섭섭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 가슴에는 말 못할 많은 사연들을 품고 있었는데, 정신은 칼날 위를 걸어가는 사람처럼 날카롭기만 했었는데......

 

두루두루 평범하게 보이지만 속에는 많은 신비로운 사연을 담고 있는 들판의 풀꽃들을 참 좋아합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반복하지만, 이 풀꽃들로 인해서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워졌으며, 삭막해지기 쉬운 사람들의 마음들을 달래주며 어루만져 주었는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요.

 

 

 

 

이 풀꽃 앞에 서면 꽃이 이렇게 말을 걸어옵니다

아저씩 뭐하세요?  

 

어디에선가 꼬끼오 장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흰색의 꽃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꽃잎이 벌어질 때면 이미 수정이 90% 이상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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