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22 / 좀어리연

풀빛세상 2010. 10. 8. 16:23

 

 

 

 

 

 

크롭하여 확대한 모습

 

 

옛날 이야기입니. 텔레비전과 전화기가 부의 상징이 되기도 더 이전에는 집에 걸린 대형 벽시계가 그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형 벽시계를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대청마루의 한 중앙에 걸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부를 자랑하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고 마을 사람들이 누구든지 보고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저도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면 항상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가끔씩은 점심 때가 되었는지, 몇 시나 되었는지 알려고 일부러 그 집 앞으로 달려가기도 했지요.

 

시골에서 올라온 어떤 영감님이 대형벽시계를 구입했습니다.

옆에 보니까 작은 손목시계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주인장, 저기 작은 시계 하나 붙여 주면 안될까요?

 

시골 영감님이 작은 시계가 더 비싸다는 사실을 몰랐겠지요. 시골에서는 큰 것을 사면 작은 것 하나씩 끼워주는 것을 정으로 알았습니다. 영감님도 그렇게 살아왔겠지요. 이것이 정으로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갔을 때,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반드시 일엔 단위로 철저하게 계산을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에누리라든지, 하나 더 끼워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주인은 손바닥에 동전을 가득 올려놓고 일엔짜리를 하나씩 세어가면서 거슬러 주었습니다. 이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에 좀 어리연을 제대로 만났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습지의 다른 식물들은 하나씩 둘씩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는 짙초록으로 무성했을 수면 위에는 몇 몇 수초들과 하나씩 남은 작은 꽃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작아서 당황했습니다. 저게 정말 좀어리연인가 확인하면서 감탄했습니다. 콩알을 얇게 저민 후 한 조각을 물에 던져 놓은 크기였습니다.  

 

올해도 여러 풀꽃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서 습지의 수생식물들을 접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 중에서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어리연과 좀어리연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작은 꽃, 그러나 귀한 꽃들입니다.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꽃입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꽃, 작지만 귀한 꽃, 작아서 더욱 소중한 꽃이었습니다.  

 

인생에는 크고 작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있는 그 자리에서 성실하게 참되게 살면서 행복을 누려가면, 그것이 진짜 귀한 인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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