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9 / 개쑥부쟁이

풀빛세상 2010. 10. 4. 21:58

 

 

 

가을은 들국화의 세상입니다. 들길을 따라 걷다보면 높고 푸른 하늘 아래로 한들한들거리는 흰색 혹은 아주 옅은 보라색이 깃들어 있는 여러 종류의 들국화를 만나게 됩니다. 옛날에는 모두 들국화로 통일시켜 알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야생화를 접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들국화에도 종류가 많으네요. 흰색의 구절초, 약간의 연보라가 깃든 쑥부쟁이, 그리고 어린 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개미취 종류, 그리고 노란색의 산국과 감국 등등.... 아는 것이 병이라고, 알아가면서 고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냥 모르면 용감하게 들국화 이렇게 뭉뚱거려도 될 것을 말입니다. 잘 모르는 분들에게야 좀 틀리게 말해도 그냥 넘어가는데, 가끔씩 전문가들에게 걸리면 당장 틀렸다는 지적과 함께 때로는 혼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깊이 들어가면 구절초에도 종류가 많고, 쑥부쟁이도 종류가 많다고 합니다. 저야 뭐, 전문적으로 분류하는 사람은 아니고 꽃 자체의 아름다움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큰 상관이 없습니다만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겠지요. 아래에 올린 꽃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개쑥부쟁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이 글을 적고 있는데, 갑자기 서울 쪽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속으로 '이크 걸렸다' 하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방금 야생화동호회에 흰색 닭의장풀을 올렸는데, 앞에 '흰'자를 넣은 것이 문제가 되었고, 또 닭의장풀의 볼때기에 털이 있으면 좀닭의장풀이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날아온 것입니다. 저야 뭐, 배우는 입장이고, 하나씩 배우는 재미가 있습니다만, 의외로 틀린 것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날아올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지 않으면 상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각각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큰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는가 봅니다.

 

가을 들국화의 계절입니다. 들길을 걸으면서 가을 들판에는 풍요로움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면 쓸쓸하게 변하게 될 것입니다. 높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이라도 한 번 하시고, 청명한 가을 하늘의 기상을 맘껏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요, 자연에서 떠나 메마른 도심의 사무실에서 홀로 앉아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제가 보내어 드리는 이 꽃들을 보면서 도회지의 삭막함을 잠시라도 잊고 자연의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도심의 골목골목마다, 큰길 작은길마다 풀꽃들이 심어지는 그날을 소원하면서,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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