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20 / 꽃과 나비

풀빛세상 2010. 10. 5. 20:27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원숭이 사냥법 중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합니다. 속이 빈 통에 땅콩을 적당히 집어 넣은 후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원숭이가 몰래 와서 땅콩을 움켜쥔 후에 손을 빼려고 하면 빠지지 않겠지요. 손에 쥔 것만 놓으면 되는데, 미련한 놈이 미련 버리지 못하고 낑낑거리다가 결국은 사람들의 손에 잡히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꽃과 나비, 언제 봐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나비는 양식을 얻기 위해, 꽃은 씨앗을 맺어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만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떤 억지스러움이나 탐욕은 자리잡을 수 없겠지요. 나비는 자기 한 몸 배불리 먹을 수 있을만큼만 있으면 되고, 꽃은 나비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들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든지 나누어 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습니다. 상부상조,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버려야지. 비워야지. 무엇을 버리며, 무엇을 비울까요? 어떤 사람들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끔씩은 이런 생각도 스쳐 지나갑니다. 몸도 마음도 가난한 사람이 버릴 것이 무엇이며, 비울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 그러면 이렇게 말하겠지요. 그 마음마저도 비워라.

 

공연히 주제가 어려운 듯 해졌습니다만, 산과 들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계절의 꽃들이 피고 또 지고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몸이 가벼워지나요? 날개를 달고 훨훨 가을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나요? 이웃의 정신을 맑혀주는 꽃향기가 솔솔 배어날 수 있나요?

 

요즘 상생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배려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엇인가 움켜쥐고 놓지 않을 때 찾아오는 비극적 결과에 대한 각성 때문이겠지요. 약간만 양보하면, 한 발작씩만 물러서면, 조금씩만 손해보면, 그리고 이웃을 세워주려는 작은 마음이라도 모여지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지겠지요.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지요.

 

 

제 자신도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글놀음이나 하고 있네요.

소박함을 생각하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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