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7 / 꽃며느리밥풀

풀빛세상 2010. 10. 2. 12:21

 

 

 

며느리밥풀꽃/

조상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꽃

 

며느리밥풀 이라는 꽃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에는 대략 여섯 종류가 자라고 있습니다. 숲의 가장자리에 자라는 반기생식물로 광합성을 하며 스스로 양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기대고 있는 식물에서 보충한다고 합니다. 이 꽃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첫째: 옛날 어느 가난한 집의 어린 소녀가 식구들의 입 하나 덜기 위하여 어린 나이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 그러나 시댁에서도 구박받다가 결국 어느 겨울날 내쫓겨 들판에서 얼어 죽었는데 새봄이 오니 그 자리에서 낯설은 꽃 한 송이 피어올랐다고 한다. 그 꽃 형상이 밥주걱에 밥풀 두개를 얹어 놓은 모습이라고 한다.

 

둘째: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간 며느리가 밥을 짓던 중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 밥알 두어 개를 들어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이것을 본 시어머니가 심하게 구박을 하는 바람에 결국 병들어 죽게 되었고, 며느리의 무덤가에 꽃이 피었다. 꽃은 하얀 밥알 두어 개를 물고 있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옛날 배고픈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서럽도록 가난했던 시절, 쌀알 한 톨, 밥알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했지요. 저도 기억합니다. 그 시절에는 버리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저의 외할머니는 밥알이 버려져 있으면 씻어서 입에 넣었습니다. 밥이 쉬면 식혜를 만들었습니다. 여름에 반찬이 쉬어서 버릴려고 하면 어머니는 왜 버리냐, 폭폭 삶으면 아무 일 없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오늘날 이런 이야기는 전설로나마 전해지고 있을 뿐, 현실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언제 이런 날이 다시 올지 모르지 않습니까? 지구촌 다른 곳에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가 전설이 아니라 현실로 살아가는 고단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꽃을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입을 벌리고 밥알 두어 개 물고 있는 모습이 서러워 보이지 않습니까?  옛날 우리 산골 마을에서 고달프게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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