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8 / 메꽃

풀빛세상 2010. 10. 2. 14:27

 

 

 

메꽃

고향 생각이 저절로 나는 꽃

 

 

메꽃을 보면 항상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시골에서는 일년에 두 번 농사를 짓는데, 한 번은 논농사 또 한 번은 보리농사입니다. 늦은 봄 논에서 보리를 베어내면 곧바로 물을 대면서 갈아 엎어야 합니다. 요즘이야 경운기와 트랙터로 편한 농사를 짓지만 옛날 그 당시에는 흰옷을 입은 아버지들이 소를 몰고 나가서 쟁기로 갈아엎었습니다. 이랴 이랴 워~워~ 하는 소리가 마을 들판을 가득 채울 때면 아버지들의 종아리에는 힘줄이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콸콸 물이 들어가면서 보리밭은 어느새 모내기를 할 수 있는 논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럴 때면 쟁기가 지나가는 곳마다 놀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면서 몸을 뒤치고, 땅강아지들은 허겁지겁 몸을 숨길 땅을 찾아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와 함께 땅 속에 꼭꼭 숨어 있던 메꽃 뿌리들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작은 바구니를 들고 뒤따르는 우리들은 혹시라도 흙더미 속으로 숨어 버릴까봐 경쟁하듯 달려가 잽싸게 그 뿌리들을 하나씩 둘씩 모으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우리들이 모아 온 그 뿌리들을 깨끗이 씻은 후 하얀 밀가루를 입히고 시루에 푹 쪄내었습니다. 설탕이 귀했던 그 시절에 사카린 녹인 물을 약간 첨가했는지는 기억이 오래되어 가물거립니다만, 약간 아린 맛의 메꽃 뿌리는 늦은 봄 초여름 보리 타작하던 시절에 시골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였습니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메꽃 뿌리를 간식으로 먹었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옛추억의 꽃을 사진기로 담아봅니다. 새록 새록 고향생각, 논과 밭을 갈아 엎으시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보릿짚 태울 때면 하놀 높이 솟아올랐던 불꽃들과 하얀 연기의 추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흔한 풀꽃들이라도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옛친구가 되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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