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5 / 야고

풀빛세상 2010. 9. 27. 20:56

 

 

 

야고

아름다운 기생식물

 

 

 

오늘은 야고라고 하는 꽃을 보내어 드립니다. 저는 이 꽃을 보면 속으로 이렇게 외쳐봅니다. '야~ 고~.' 이쁘지 않은 꽃이 없겠습니다만, 저도 이 꽃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가을이 되면 이 꽃 만날 생각으로 설레이게 됩니다. 야고는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억세풀이나 생강나무에 기생하여 자라는 기생식물입니다. 

 

기생식물이라고 하면 일단은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찾아오게 됩니다. 주는 것은 없이 다른 식물에서 영양분을 빼앗아 오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됨으로 숙주로 삼은 식물에 피해를 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야고에게 뿌리내릴 공간을 주고, 양분까지 나누어주는 억세에게 어떤 피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살펴본 바로는 특별한 피해를 주는 것 같지는 않고요, 꼭 피해를 준다면 야고를 찾아 사진 찍겠다고 억세를 헤치고 짓밟는 사람들 때문이겠지요.

 

야고는 원래 제주도에서만 자랐습니다. 과거에는 이 꽃을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는 분들도 있었지요.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있고, 또 제주의 흙과 식물들이 육지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야고의 씨앗도 함께 육지 나들이를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육지에서도 가끔씩은 야고가 발견된다고도 하네요. 심지어는 서울의 상암공원에 있는 억세밭에서 자라는 야고를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합니다.

 

 

 

 

 

 

야고의 사진들을 보면 뭔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사진가의 횡포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되도록 아름답게, 깔끔하게, 작품스럽게 찍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이왕 하는 작업, 남들보다 더 아름답게 찍어보려고 하는 땀빵울의 노력은 얼마나 귀합니까?

 

그렇지만 모든 식물은 생육의 자리가 있고 토양이 있습니다. 야고는 억세풀 틈새에서 자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깔끔하게 도드라진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환경의 제약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진가들, 특히 전문적인 작업을 하는 분들일수록, 그런 분들의 사진을 보면 너무 깔끔하여 야고가 평지에 홀로 독립적으로 자라는 식물인가 착각을 하게 합니다.

 

작품도 좋지만 지나치게 주변정리를 하는 것은 참 나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찍는 것이 좋겠지요. 꼭 정리를 해야 하는 경우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것을 요청합니다. 제가 과연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반성해 봅니다. 저도 어느 정도 주변정리를 했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자꾸 확인을 시켰습니다. 주변정리는 최소한으로만 하고, 끝난 후에는 가능한 범위에서 원상복귀를 시켜라.

 

야고, 참 신비로운 풀꽃입니다. 보면 볼수록 은근히 빨려들어 갑니다. 순전히 저 혼자만의 느낌이지만, 유혹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표현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가능한 야고의 정면 쪽에서 태양빛을 머금고 있는 꽃잎에 초점을 맞추어 봅니다. 그렇게 하면 선명하고 발그레한 새악시의 수줍은 듯 유혹하는 듯한 모습과 색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야고, 기생식물이라고 하지만, 자리를 제공하는 억세에게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는 아름다운 공생의 관계로 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인간세상에서 부모들과 자식들의 사랑의 관계를 떠올려 봅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야고를 만났습니다. 내년에도 또 만나야겠지요. 우리의 인연은 이렇게 오래 오래 계속될 것입니다.  

 

 

 

'풀꽃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꽃이야기 17 / 꽃며느리밥풀  (0) 2010.10.02
풀꽃이야기 16 / 층층장대   (0) 2010.10.01
풀꽃이야기 14 / 절굿대  (0) 2010.09.27
풀꽃이야기 13 / 들깨풀   (0) 2010.09.27
풀꽃이야기 12 / 수까치깨  (0) 2010.09.27